우리가 힘들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당신들도 힘들었겠지.
오죽했으면 머리 밀고 양말 올려신자 한다고 다들 묵묵히(...일지는 장담하긴 어렵지만 ㅎㅎ) 곧이 곧대로 했을까.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우스울 정도로 절박했던 나날들.
그래도 너무나 끊기 힘들었던 연패, 오늘 드디어 스코비에게의 제대로 된 득점지원과 함께 끊겼습니다. 어차피 올해 야구 관련으론 성적 같은거 안 보고 하루하루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으니 그냥 경기 내용에 기뻐하렵니다.
무엇에 가장 기뻐해야할까, 하도 없이 살아와서 그런지-ㅅ- 이런 날은 Best를 꼽기조차 어렵군요.
그냥 늘 그렇듯 투수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오늘 경기 초반의 스코비는 봐온 중 최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구가 원체 좋은 투수라서 공의 대부분이 가운데로 몰리거나 뜨는 상황은 적응이 안됐어요. 늘 좋을 수도 없는 거니까 언제고 이런 상황이 닥쳐오는 거지만 선발로 나와 지금껏 단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QS를 해준 투수였기 때문에 5이닝도 못 넘기고 강판될까봐 대패닉이었습니다. -_-;;;
김성한 해설위원은 스코비가 연패를 끊으려는 부담감이 상당한 거 같다고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워낙 득점 지원을 못 받아와서 짐싸서 린지와 야반도주하고 싶은 기분이었기 때문에 기어이 폭발했다는데 한 표. ㅎㅎㅎ
그래도 스코비는 3회말 연속 안타를 맞으며 발 빠른 주자들만으로 무사 2, 3루인 위기에서, 최준석을 투수 땅볼로 잡고 주자를 묶어둔 이후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오늘은 왠일로 타자들이 좀 터져주는 거 같으니 제발 5회만 버텨서 양아치 선발승이라도 올려보자꾸나 하고 애원한 게 무색하게 또 7이닝 2실점의 호투였지요. 거의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이어 땅볼을 솎아내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초반에 타자들이 여섯점을 몰아서 뽑아준 후 잠잠해져 삼자범퇴를 연신하니 투구 내용이 안정되는게, 스코비가 이미 타자들의 삽질에 익숙해져버린 게 아닐까 싶은 기분도 들었지만요. 오히려 삽질을 해주는 게 일상적이라 심장이 놀라지 않는다거나. (이런 날엔 절대 해서는 안될 질 나쁜 농담입니다 -_-;;;)
올해 최희섭이 타이거즈에 가장 크게 기여한 건, 스코비 추천이 되어가는 분위기. -_-
삽질을 한 타자들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오늘은 타자들이 모두 다 잘해줬습니다.
선발 중 유일하게 안타가 없는 경환옹은 그냥 안쓰러울 뿐입니다. -ㅅ-; 노쇠화 기미가 보인다는 건 알지만 우리가 경환옹에게 고타율에 중심 타선에 들어주길 기대하나요. 그냥 절실하게 필요할 때 안타 하나에, 2사가 아닌 상황에 주자가 3루에 있으면 아무나 못치는 희생플라이 하나만 굽신굽신. 쓰다보니 엄청난 기대이긴 하군요;;; 이쁜 아가 생각하며 기운 냅시다.
당하고 살아온 입장이라 그런지 땀승회는 구위가 많이 안 좋았던 거 같진 않은데, 아마 저번 기아전에 호투를 하고도 승을 날렸었죠? 그게 마음 속에 부담으로 남은 것 같기도 하고.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일이 많았어요. 2회초 주형이에게 홈런을 맞은 게 안 좋았는지 3회초 종국성에게 거의 스트레이트로 볼넷을 내준 게 마음에 걸렸는지 그 뒤로는 영 평정을 못 찾으며 강판. 그리고 그가 내려간 이후로도 기아 타자들의 타격감이 제대로 불 붙어줬지요.
산 좋고 물 좋고 귀여운 젊은 선수들 가득한-_-;;; 함평에서 정기를 흡수하셨는지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셨는지 종국성이 올라와서 연일 좋은 모습입니다. 1회초에도 김원섭의 2루타 이후, 번트를 실패하고도 어떻게든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기 위해 밀어쳐 진루시켰지요. 평소엔 진루타의 중요성에 관해 별 생각 없지만 팀의 안 맞는 타자들이 친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바꿔 말하면 팬심이지요 -ㅅ- 이때만 해도 앞으론 이 정도만 해주셔도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갈수록 태산. ㅎㅎ 3회초의 볼넷과 소강 상태의 끝을 알리는 6회초 2타점 적시타, 7회초 2루타 등 5타수 2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답니다. 한동안 최악의 팀 주루 플레이에 길들여 있어서인지 몰라도 3회초 득점을 할 때의 주루 플레이 등도 좋았습니다.
젊은 선수들만으로 구성되었던 내야에서도 수비 안정감을 더했고요. 이왕이면 유격수 쪽에 다른 선수를 기용하고 2루에서 수비를 하면서 이 노장 선수에게 내야 리딩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노골적으로 말해 유격수 김연훈-2루수 김종국을 원한다는 소리) 오늘의 내야 수비 포메이션도 좋았지요.
우리 원섭씌는 언제나 쵝오.
장타 치고 열심히 주루하는 거 보면 정말 1군 올라오기 바로 직전까지 재활군에 있었던 사람이 맞는지 싶을 정도에요.
수치로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삼진도 많고(삼진이 볼넷 두 배;) 출루율도 그저 그렇고 타점도 득점도 도루도 별로 많지 않은데, 경기를 보고 있으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서 그런지 올해 장성호 제외하면 팀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죠. (현곤씌는 일단 중요한 영양가가... -_-) 정말 미칠듯이 힘들고 암울한 상황에도 큰 동요없이 늘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게 더 두드러지는 거 같은데 남들 다 삽질할 때도 어떻게든 살아 나가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오늘도 1회초의 펜스 맞는 2루타에 이은 득점부터 주루 플레이까지 멋졌어요. 두번의 출루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었고요. 옥의 티라면 어제부터 느끼는 건데 양말은 정말 안 어울리는 듯. -_ㅠ
설마 많이 아픈데 진통제를 맞으면서 출장 강행하는 건 아니길 빌 뿐이에요.
살코기 하나 없이 기름만 뚝뚝 떨어지는 비계 타율-_-;로 문제가 되어왔던 현곤씌도 오늘은 중요한 고비마다 잘했습니다.
1회초 팬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적시타, 3회초 상대 선발을 무너뜨리는 2루타에 이어 주루 플레이도 좋았습니다. 6회초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면서 3타점까지 기대하는 건 도둑 심보라는 걸 보여줬지만 하루에 2타점이라니 장족의 발전이지요.;
수비도 괜찮았는데 9회말에 주형이의 바운드 처리 실력으로는 어려운 송구를 하면서 약간의 흠집은 났습니다. =ㅅ =
1회초의 좋은 모습을 이어갔으면 했는데 장스나가 땅볼로 물러나며 이닝이 종료되기에, '다른 선수들한테 자기 패션 강요하지 말고 아저씨나 잘하시지, 흥!' 하고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역시 설레발은 떨어서 좋을 게 하나 없었습니다.
감이 좋은 스나이퍼를 일반인의 시야로 파악하기란 무리가 있었던 거지요. -_-
스나이퍼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만 보다가 남들 다 잘 치니까 스나이퍼도 타율 관리하며 묻어가는 모습, 이런거 가끔 봤으면 했는데 가슴이 뭉클. (영양가없는 타율 관리가 좋다는 건 아니고요;)
장스나는 자기가 수비 못하는 것 갖고 팀에 미안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사실 저도 장스나 수비 못하는 건 안타깝기는 해도 까고 싶은 생각은 안 들어요. 9회말에 라이트에 공이 들어가면서 낙구 지점 파악 못해 약간 굴렀는데 다치지는 않았으니 그냥 웃음만 나왔습니다. 어떤 분은 연패 끊는 기념으로 장주장이 몸개그한 거라고 표현해주시더군요. -ㅅ-;;;;;;
송산은 제가 수비 관련으로 뭔가 글을 쓰면 타격감도 같이 죽는 거 같습니다. -_;;;;;
외야로 가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느냐 생각하며 글을 썼는데 좋던 타격감이 그 이후로 하강;;;;;;
그래도 오늘 어찌어찌 1안타를 추가해서 다행이에요. 다시는 수비 위치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을테니lllorz 기운냅시다. -_ㅠ
- 선발 전원 언급했다고 생각했는데 글 올린뒤 읽어보다가 빠져 있어서 놀랐습니다. -ㅅ- 처음 글 쓰고 있을때는 경환옹 다음에 송산 관련 언급도 있었는데 막 지웠다 썼다 퇴고하는 사이에 날아갔더군요. 맨 처음 썼음 썼지 절대 빼놓으려고 한 거 아닙니다. orz
김주형의 솔로 홈런은 임주완옹 말마따나 정말 리플레이 같았습니다.
잠시 옷 정리를 하러 방에 들어간 사이에 홈런이 나와, 제가 TV 앞으로 다시 왔을 땐 땀승회의 어이없어 보이는 얼굴과 함께 솔로 홈런이라는 자막이 떠 있는데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답니다. 세번째 플레이 같은 리플레이;로 다시 보니 어제와 똑같은 코스로 넘어갔더군요.
프로 데뷔 첫 홈런도 그랬고 주형이는 은근히 잠실이 편한가 보아요. -_- 펜스 당기자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곳인데도 주형이 통산 홈런 중 절반 가까이는 잠실에서 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홈구장 못지 않게 타이거즈 팬들이 모이는 곳인데 팬들의 마음을 아는 듯.
이로서 주형이는 팀내 홈런 공동 2위로 올라섰습니다. 홍대리와 공동이지요. 출전 경기수가 홍대리 절반이라는 점이 더욱 기쁜데, 타점마저 홍대리 절반;이라는 건 앞으로 주형이가 차차 개선해나가야 할 점이겠지요. 앞으로는 주자 모아놓고도 더 많이 크게 쳐달라는 것, 과욕이라는 건 알지만 분발해주길 기원합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흐려지는 경향이 있는데 오늘도 안타 하나는 더 나왔지만 큰 차이는 없었고요. 이원재의 높은 쪽 코스로 회전하며 들어가는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는데, 그래도 시원하게 휘두른 점을 높게 삽니다.
김성한 해설위원은 김주형이 장기적으로 타이거즈 1루수로 갈 거라고 생각하시는 눈치인데, 만약 최희섭이 돌아온다면 최희섭 1루/ 김주형 지명(이길 바라지만 실제론 3루;)이라는 식으로 가겠지요. 현실에서는 1루라고 해서 주형이 수비실력이 딱히 나아질 리는 없었다는 거. -_-;;;;; 그래도 그 나이까지도 동글동글 동안에 귀여우니까 봐준다. ㅎㅎ
원래 의도는 감독님 까는 글이었으나 이상하게 김포수마저 와방 까버린 어제의 글 덕분에 김포수가 타석에서도 좋았던 거 같습니다. 저 그래왔잖아요. 까면 그 다음에 그 선수가 잘하는 거. 말 바꾸는데 천재라고 비웃으실 분들 많으시겠지만 어쨌든 오늘의 주제는 일희일비. 으훼훼.
남들 깐다고 안쓰러워하며 별 말을 않는게 아니라 앞장서서 깠어야 했을까,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해 봅니다. ㅎㅎㅎ 한동안 수치에 무감각해서 2할 1푼대까지 떨어진 시즌 타율에 최근 5경기 타율이 7푼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이 저릿했는데 안타 하나를 늘려서 다행입니다. 기아가 무사 만루에도 점수내기 쉽지 않던 걸 생각하면 희생 플라이도 기뻤어요.
도루 저지는 놓쳤지만-_- 조범현 코치님과 함께 힘내보아요. 오늘 같이만 하면 누가 김포수를 까겠어요.
전에도 썼지만 솔직히 제대로 이기는 경기에서 늘 잘하는 스나이퍼가 아니라 손지환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김주형-종국성-현곤씌 등의 폭발에 묻어가는 경향이 없지는 않았으나, 오늘의 손좐은 하위 타선에서 상위 타선으로 이어지는 흐름 연결을 매우 잘해주면서 중요성을 다시 증명해보였습니다.
다만, 손좐, 우리가 당신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건 한 경기 몰아치고 다섯 경기 이상은 꼭꼭 쉬어가는 패턴 때문이야. -_-;;;; 젭알 쉬어가는 경기를 네 경기 안쪽으로 줄여주면 안될까.
그래도 오늘 친 걸로 2할대는 수성하고 있다는 게 진심으로 기쁩니다. 앞으로도 2할대는 지켜주면서 더 위쪽으로 올라가도록 신경 써봅시다.
기쁜 마음에 선발 전원 언급을 했으니 이젠 중요한 거 하나를 더 이야기 해볼까요.
정말 보기 힘들었습니다. 우리 허스키, 류재원의 프로 데뷔 첫 안타!
작년에 썼던 글 In or Out 생각도 났습니다. 신고 선수 출신에 계약금도 못 받고 들어와서 기회를 부여받기가 힘들다는 현실을 뚫고 부디 행복한 선수가 되기만을 바랐는데.
일전에 맥없는 스윙 한다고 기아 2군 타격 스탯은 못 믿겠다는 사람이 있어 더더욱, 한번은 다시 타석에 들어서 시원하게 안타를 치는 걸 보고 싶었습니다.
어제 열심히 주루해서 얻은 소중한 1득점(보리님 표현) 덕분에 오늘 다시 기회가 왔습니다. 물론 분위기가 좋은 것에 묻어갔다고 해도 좋아요. 그렇지만 첫 안타가 좌중간으로 가는 질 좋은 안타인 것에 만족하겠습니다. 그 안타는 득점으로 연결되며 다시 한번 홈을 밟았고요.
이후 주형이와 똑같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에 삼진을 당했지만 ㅎㅎ 그래도 1년 늦게나마 신인 류재원의 데뷔 시즌이 시작된 것에 기뻐하겠습니다. 두산의 오재원과 더불어 두 재원이 프로 데뷔 첫 안타를 나란히 기록하는 모습이 정말 유쾌했습니다. > _<
왜 중요한 장면은 못 보는지, 에러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TV 앞을 뜬 사이 어느새 경기가 끝나버려 선수들이 큰절하는 건 큰 화면으로 못 보았습니다.
TV 앞으로 돌아왔다가 모두 절할 때 어정쩡하게 있던 영민이가 약간 뒤늦게 큰절을 따라하는 것만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며 웃었는데요. 그들의 큰절에는 그냥 웃어넘기기엔 많은 의미가 있었다는 건 잘 압니다. 좋아해줘서 고맙다는 것, 이번만큼은 정말 이기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는 것, 앞으로는 더 잘하겠다는 것...
그리고 팬의 입장에선 어떤 모습으로 있어도 타이거즈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팀이라는 의미도.
무조건 좋아해주겠다고 오기에 받쳐서 글을 쓴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긍정적인 의미로 좋은 걸 확인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
기주는 앞으로 입 관리 잘하자.
몇몇 팬들이 배때기가 불렀지. 연패하는 동안 그렇게 숱한 독설과 비난을 쏟아내고도, 힘들게 연패를 끊는 그날까지도 어떻게든 트집을 잡지 못해 안달을 하는 모습. 좋아하는 팀과 그 팀의 젊은 선수에 핏대를 세워가며 먹칠을 하는 걸 보니 좋다가도 우울해지더라. 그게 하이에나이지 팬이더냐.
그게 진짜 선배에게 향한 거라면 사과는 해야겠지.
그간의 스나이퍼와의 사이를 보아 몇몇 팬들의 확대해석은 말도 안된다는 건 믿는데, 다만 방송에 비치는 모습에 좀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거다.
BGM : タンポポ - 乙女 パスタに感動
Posted by 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