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광주막장대첩 - 내 허리는 부러져나가고

최희섭 홈 데뷔전이기에, 요즘 야구장을 같이 다니는 모님과 둘이서
화요일엔 빨리 가야 하는거 아닐까요. 안 그래도 요즘 이상하게 관중도 많은데 잠실처럼 관중이 몰려오면 어떡해요. 몇 시간 전에 갈까요. 두 시간전엔 가서 미리 표를 끊어둬야 하는게 아닐지. 저 다섯시 반 이전엔 시간이 안 나요. 음.. 설마 그 시간에 가도 별일 없겠죠. 가을도 아니고 우리가 이런 걱정을 하게 될 줄은. 정말 시즌 초 주중에 이럴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요.
...식의 걱정을 하고 있었던 때는 차라리 행복했습니다. =ㅅ=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던 때는 5월 22일에 그런 경기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하고 있었지요.

아무튼 다섯시 반 이전에 가서 앉아있었다면 정말 죽어나갔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분이 주차할만한 곳을 찾기 힘들어 매표소 앞에서 만나는데도 시간이 조금 걸렸고, 야구장에 도착한 건 5시 40분도 넘은 때였거든요. 처음부터 지정석을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느긋하게 만나는 것도 가능했죠.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지정석까지도 차 있을까봐 걱정했지만(게다가 이벤트로 지정석엔 맥주를 무료로 준다니까;) 어쨌거나 늘 앉던 자리 앉는데는 석세스-_-V

경기 시작할 때는 기분이 이 이상 날아가기 힘들만큼 좋았어요.
경기장으로 막 들어가기 전에는 광주시 공익; 김민철을 봤지요. =ㅅ= (참 야구장에서 자주 본다는;;;) 롯데 선수 누군가와 살갑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데 정보명이었나 가물가물.
1루쪽 덕아웃이 잘 보이는 흑심석에 앉으니 이스픈 중계진이 오프닝을 찍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몇 초 안 나갈 거지만 늘 신경써서 열심히 찍는 모습이 좋아보이지요. 귀염둥이 우리 막내는 또 혼자 나와서 열심히 중계진들을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도대체 야구장 어디에 배드민턴 채가 있었는지; 그걸 들고 있어서 한참을 웃었지요. ㅎㅎㅎ;
조금 늦게 가서 못 봤는데 경기 시작 전엔 이런 장면도 있었다는군요. +_ + 기주 내복 기주 내복 하악하악.

곧이어 응원단장님 주도 하에 1루 쪽에서 최희섭 관련 OX 퀴즈 풀이 시간이 있었는데 처음엔 쉬운 문제가 나오다가 역시 갈수록 어려워지더군요. 시간 감각 없는 제겐 한국 데뷔전 날짜나 언제 메이저리그 데뷔했는지 연도 묻는 문제도 어려웠지만 그건 진짜 새발의 피였을 뿐. -_-;;;; 역시 갈수록 1루쪽의 호응도 약해졌습니다.;;;;
초반에 나온 문제중 하나가 '최희섭의 등번호는 22번이다'가 있었는데 답안지;;; 22번 김포수님이 혼자 덕아웃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어서 진정 개그였답니다.

최희섭 3행시 짓기나 관련 영상 틀기 등의 이벤트가 흘러가고.
야마시타 코치님과 함께하는 스트레칭 시간엔 최희섭 혼자만 딴 동작을 하는 일이 잦아서 '코저메'라고 막 웃었는데, 그런것보다는 익숙하지 않아 스트레칭을 제대로 따라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같은 동작을 취해도 뭔가 느낌이 다르고요. 앞으론 우리 요가 아줌마-_-;;와 함께 유연성 단련을 많~이 하셔야 할 듯.

휭한 불펜 의자 쪽에 석민에이스가 빨간 옷 아래 흰 옷을 레이어드;한 패션을 하고 터벅터벅 나타났습니다. (찡즈님 사진 참고하시길~) 선수들 투구 밸런스 잡는데 많이들 쓰는 흰 타월을 들고 있어서 에이스가 저런 심부름도 해야해? 하고 버럭했으나, 그건 잡일의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갑자기 타월을 손에 들고 의자를 정성들여 닦기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엔 자기 앉을 의자만 닦는 줄 알았지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한 칸 옆도 닦기에 건방진 형님들처럼(ex : 가든) 두 칸에 걸쳐 앉으려는가보다 했는데 그 옆도 닦고 또 닦고. 석민이 밑에 있는 동생들이 무려 셋인데;(배팅볼 투수 김태영까지 포함하면 넷!) 그 동생놈들은 다 어디서 뭘하고 에이스가 청소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겁니까. -_ㅠ 의자를 한 다섯개 정도 닦았을 때 덕아웃에서 한 녀석이 총알같이 뛰어나왔습니다. 총알같이 뛰어나왔다기엔 좀 많이 늦었지만;; 어쨌든 태영이였습니다. 멋쩍게 웃으며 타월 뺏어들고 나머지 의자는 태영이가 닦더군요. 그런데 석민이와 의자 닦는 태도가 달라 약간 건성이었죠. ㅎㅎ;
석민이의 서비스는 의자 닦기만으로 끝나지 않았고, 이후 출루한 타자들의 보호대 받아주기;까지 한 두번 했기에 지정석에서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본인은 석민어린이라고 불리는 것에 '다 컸는데'라고 말했지만, 그날 사랑스러운 일들 하는 걸 봐서는 당분간은 그 별명 그대로 갈 수밖에 없을 듯 해요.
(BGM : Britney Spears - I'm Not A Girl, Not Yet A Woman. 석민이는 여자애가 아니지만 대충 상황이. ㅎㅎ)

경기는 대망의 8회초가 되기 전까지는 참으로 멀쩡했지요.
선발인 스코비는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인데 잘 던졌어요. 초반에 투구수가 조금 많은 편으로 느껴져서 그래도 스코비도 6이닝+를 해주는 선발은 아니지 않나 했는데 갈수록 투구수가 줄어들더니(?) 7이닝+가 되었지요. 경기 시작할 때쯤 스코비가 이닝 많이 먹어주기는 힘들겠다고 이야기하다가 급뻘쭘해졌습니다. ㅎㅎㅎㅎ
야구를 주의깊게 보기보다는 그냥 즐기러 갔고 경기가 워낙 길어져서 그나마의 기억마저 흐려졌으므로, 스코비가 어떤 유형의 투수이고 과연 앞으로도 잘할지 어떨지는 판단이 잘 안 섭니다. 입국한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의 피칭이었으나 100개를 훌쩍 넘기는 투구수를 자주 기록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 정도는 들었는데요. 그렇지만 외국인 투수들이 9번 타자에 약한 전통에 외국인 박복이 전통-_-;을 이어가는 걸 보니 또 한 경기만에 정이 들어버렸답니다.;;;

손민한이 요즘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었고 이전에도 한번 무너뜨린(?) 적은 있었지만, 사실 한번 더 기대를 한다면 기아 팬이 아니겠죠. =ㅅ = 어쩌다 에이스를 무너뜨리는 일이 있다면 그냥 이벤트일 뿐이라고 속 편하게 생각하고 마는 게 정신건강에 낫기도 하고요.
2회에 '2사이후 안타본능'(요즘 타이거즈 야구의 키워드죠 :D)에 충실한 영농후계자의 안타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오래간만의 잘 맞는 안타에 놀라긴 했지만 여전히 공격은 짧게 하고 수비는 길게 하는 구태의연한 타이거즈 야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3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종국성의 안타 이후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타이거즈에서 클러치 본능에 가장 불타는 분은 스나이퍼, 재주리게스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재주리게스는 조금은 약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타점이 워낙;;;) 그 외에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나온 타석 대비 찬스에 정말 강하신 분은 원섭씌죠. 작년 막판 가을 승부의 원동력 중에도 원섭씌가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고요.
최근 들어 타격감이 조금씩 올라오면서 찬스에서 더욱 열심히 하는 모습이 빛을 발하는데 어제도 여지가 없었어요. 종국성의 도루로 무사 2루의 찬스가 되니 제대로 당겨서 장타를 뽑아내더군요. 깔끔하게 선취점을 뽑아내는 모습에 기분이 정말 좋아졌고, 9-1-2 야구의 재림인가 섣부른 예상도 들었어요. 중간엔 잠시 버로우를 타시기도 했지만.;;;

물론 이 날 경기에서 제대로 불탄 분은 원섭씌보다는 종국성님이죠. > _<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김주찬 까이는 거 보면서 생각한 건데 엊그제 홈런을 치신 덕에 종국성이 1타점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었는데요.
4회말 재주리게스의 2루타, 현곤씌의 볼넷과 함께 시작된 찬스를 종국성이 깔끔하게 쓸어담는 2루타를 치시면서 '오리 날다'가 급전개 물살을 타기 시작했죠. 한동안 똑딱 안타들만 봐왔는데 아마 광주가 펜스를 밀지 않았다면 그대로 넘어갔을지도 모를 정도로 잘 맞은 장타여서 더욱 기뻤습니다. (아, 이런 멋진 장면을 절정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하루 내내 눈부셨으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종국성이 나오기 이전에 경환옹이 대타로 들어선 것에 의문을 가진 분이 계실 것도 같은데, 적어도 이 때만큼은 그다지 무리있는 선수 기용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2회말에 김상훈이 땅볼 아웃으로 아웃되고 난 다음이었을 거에요. 김포수가 어딘가 몸이 안 좋아졌는지 벤치에서 갑자기 차일목, 송산 두 포수에게 몸을 풀고 있으라고 지시를 하더군요. 4회까지 수비를 들어섰던 게 오히려 신기했을 정도로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거죠.
비록 경환옹이 깔끔하게 스윙만 하다가 물러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분이나 대타 기용 자체엔 큰 불만은 없어요.

세 점을 이렇게나 영양가 있게 뽑아내고, 6회말에는 타격으로는 역시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기대를 안 하니 깔 필요도 없고 얼마나 좋은지요 = ㅅ=) 차일목 선수의 장타로 한 점을 더 보태면서 정말로 느긋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하위 타선이 되는 날 야구를 보면 누구나 다 저같은 심정이 될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이렇게 즐거웠던 것만 쓰려다가 8회가 되니 참 기분이 먹먹해지는데. -_ㅠ
이 때까지만 해도 4 : 0으로 깔끔하게 이기는 경기였죠. 스코비는 이닝을 먹어줘서 좋고 잘하면 신-한을 둘다 기용 안 해도 좋고, 투수도 아끼고 잘 쳤고 얼마나 좋으냐고 말할 수 있는 경기요.
그랬는데, 8회부터는 진짜 혼이 날아가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ㅠㅠㅠㅠ 뭐가 지나갔는지 글쓰면서 복기를 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에요.

문현정이 갑자기 승진한 것은 이해가 안 가기도 하지만 딱히 엔트리 내에 불펜으로 가용할만한 좌완이 없으니 무리해보고 싶다는 점은 수긍이 가는 일이에요. 양현종이 있긴 하지만 감독님의 구상에서 이 녀석의 위상은 원포인트 릴리프보다는 윗자리에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어쩌면 현종이가 패전처리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문현정을 준비시키고 있을 때의 그 주변 상황은 참 마음에 안든다는 말이지요. 6회가 되자마자 덕아웃 고참전용 앞줄에서 코치님 옆자리에서 웃고 있던 신군이 불펜으로 자동 이동, 7회가 되기 전에 러닝을 시작하고 그게 몇 점 차이든 간에 맘놓고 안심할 수 있는 점수가 아니면 무조건 몸을 풀기 시작하는 거요. 문현정이 불지를 것을 안다는 듯이 포석을 깔아놓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일찍 준비해서 나쁠 것도 없는 거지만,(네 점 차이로 지는 상황에 최대성-카브레라가 준비하던 롯데도 있었으니) 이게 이기는 경기에서는 거의 되풀이되는 모습이라는 게 문제지요.
신군은 강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 정도로 나왔으면 힘이 딸려서 상성에 무너질 시점도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신군은 분식회계도 곧잘; 하고 있었고 좌타자에겐 상성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다른 분들 말씀처럼 위기 상황에 필승조가 올라오는 건 맞지만, 그건 그동안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나와도 걱정이 되는 상황일 수밖에요. 상대가 아무리 안 맞는다 해도 좌타자.
네 점 차이에 수비를 강화한다는 생각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므로 최희섭 뺀 것도 백번 양보해서 이해를 할 수도 있었지만(사실 스나이퍼가 안 빠진 것만으로도 제대로 삽질기용인 건 아니니까요) 신용운-한기주 자칭 광빠로서, 심장혈관이 끊어질 정도로 단련되는 장면들 많이 나왔죠. 어차피 좌타자인 김에 차라리 그 상황에서 한기주를 기용했으면 어땠을까. 신용운보다는 한기주가 더 일찍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것 같던데.
신군이 홈런 맞고 팔을 허리에 얹은 채 망연자실 돌아보는 모습을 보며, 세 번 연속 감독님 중도경질은 정말정말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조차도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이어진 무개념 상황들엔 심지어 옆자리 아저씨들이 욕을 하는 것까지 심정적으로 동조가 될 정도였고요. 물론 그렇다고 돌정환이라는 호칭이 용납 된다는 건 아닙니다. 술을 떡이 되도록 쳐마시고 물병 던지는 것도 이해 안 가요.

사실 요즘 들어 경기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확인하는 것이 전광판에 떠있는 심판 리스트입니다. (막내부터 찾는 거 아니에요 -ㅅ-) '오늘은 3루심인 우효동 말고는 깔끔하네요. 요주의 심판이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얼핏 봐서는 깨끗해 보였습니다만. 아마 최희섭 타석에서 우효동 3루심이 스윙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주심 맘대로 헛스윙이라고 판정하는 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을 정도로 이날 주심인 추평호씨는 아름다운 판정 능력을 보였습니다.
안 잡아주는데도 줄기차게 그 코스로 밀어넣는 한기주-차일목 배터리도 이해는 안 가지만, 8회초 최기문에게 그 코스를 안 잡아줘서 밀어내기를 내준 판정은 더더욱 이해가 안 갔습니다. 아무리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지만 그게 안 잡아줄 정도로 많이 빠진 코스였는가 하면 그도 아니거든요.
하도 어이가 없이 블론이 지나가는 통에 눈 한번 깜박하고나니 기주가 또 미친듯이 쳐맞고 있었고. 길고 긴 8회가 7실점과 함께 간신히 끝이 났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그대로 끝났을 경기였어요.
사실 이렇게 갑자기 분위기가 넘어간 경기가 기아에겐 처음 있는 것도 아니죠. 경기장에서 본 것만도 이미 있었고 중계가 안됐던 지난 현대전이었던가요. 그때도 아마 비슷했고. 시즌 개막 한달 반 만에 흉한 꼴 정말 많이 봤는데요.
선수들이 그래도 이대로 지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타이거즈는 관중 많은 경기에서 취약하다고 팬들이 오히려 볼멘 소리를 하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 같아요.
8회초 아무리 타이거즈가 잘해도 절대 응원 안한다고 크게 삐쳐 있었지만(강민호 송 부르고 있었습니다;;) 무사 만루가 되고나니 또 손바닥 뒤집은 듯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ㅅ- 차일목을 못 믿는 건 사실 이해가 가요. 그렇지만 그 대체가 손지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조낸 암울했지만요. 일단 포수인 송산을 믿고 대타를 내는 거니 송산이 대타로 나올 리는 없었고, 감독님의 기용 스타일 상 김연훈에게 기회가 돌아갈 리는 없을 것이며 조경환-이용규는 이미 썼죠. 대타로 낼 선수가 요즘 정말 안 맞는 손지환뿐인 그 상황에서 과연 대타를 냈어야 했나 싶은거죠.

이대호의 어시스트;;마저 없었다면 그대로 질 경기였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경기였습니다. -_-; 타자들을 믿느니 상대의 실책을 믿겠다고 보크, 폭투, 포일을 외치고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평범한 내야플라이를 떨굴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다시 분위기는 기아한테 넘어갔습니다.
물론 타자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기도 했지만 흐름은 롯데가 9회에 이미 카브레라까지 당겨 쓴 이상 이미 기아 타이거즈에게 와 있었습니다. 홈 팀이고 말 공격인 이상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4번타자는 안 맞는 용규에다가 송산의 포구는 한숨이 많이 나왔지만(기주 공이 생소했던 거겠죠. 그런 거겠죠? ㅠㅠㅠ) 남은 투수는 하나이고 불펜에 몸을 푸는 선수 하나 없으니 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배고프고 허리가 아파오는데 끝까지 참았다지요. (하긴 언제는 경기 중간에 나간 적이 있겠느냐만.)

종국성이 세 번이나 출루한 걸로 이미 로또 복권을 나가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네번째 타석에서의 2루타를 보자 이건 1등 복권 당첨된 것만큼의 기쁨이니 더 기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자못 종국성 타석이 가까워 올 때마다 기대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12회말에 종국성 타석이 돌아오는 방법을 연구;하며 보고 있었으니까요.
타격감도 안 좋고 요즘 스윙도 별로인 홍대리에게 스트레이트로 볼넷을 허용하는 걸 봐도 이미 왕기는 힘이 떨어질대로 떨어졌고. 그치만 점수 차이가 한 점도 아니고 두 점인 상황인데 대주자는 좀 일찍 낸 것 같아요. 연훈이가 할 일 없이 놀면서 전력분석팀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형님들 보기 좋게 기둥에 붙이는 일이나 하고 있으니 안쓰러워서 빨리 내보내고 싶었던 걸까요. -_-;;;
안 좋은 홍대리가 출루를 했을 정도인데 감이 좋았던 나머지 타자들이 못하면 욕 먹는 거죠. 그 와중에도 똑딱똑딱이라 안타를 연달아 쳐도 점수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은 제대로 안습이었습니다만. (연훈이의 주루 어리버리도 있었죠. 지거나 비겼으면 까였을텐데 연훈이는 예전부터 운만은 좋아서 말입니다 ㅎㅎ) 이번에야말로 스퀴즈!라고 생각했던 송산 타석에서 강공간 건 주효했습니다. 종국성은 잘 맞은 타구 하나를 아깝게 날려먹었지만, 클러치 본능 원섭씌가 안타를 쳐주면서 최소한 비길 수 있게 되었고 그 다음은 대미를 장식하는 끝내기 머리사구였죠. -_-;;

그 와중에도 후배들이 이겼다고 좋다고 웃고 있었다는 얘기는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일단 전 신군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신군은 진심으로 종범성을 걱정하는 얼굴이었단 말입니다. ㅎㅎㅎ
머리 맞고 쓰러지니 종범성은 물론이고 남아있던 관중들도 충격은 받았지만 어쨌든 종범성을 연호했습니다. -_ㅠ 얼마 안 가 일어나서 1루를 밟을 수 있으셔 참 다행이었어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이 장면;이 골든 골 소리를 듣는 걸 보니 픽 헛웃음도 나오긴 나오네요. ^^;
(연장에 헤딩;이니 맞긴 맞는데;;;)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종국성의 관중 많이 온 경기에서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은 정말 너무나 멋졌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관중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던 호돌이도 참 고맙습니다. 그래서 마냥 자학만 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큐러티와 노는 모습이나, 기아 깃발을 바닥에 펼쳐놓고 이겨 달라고 성호를 긋고 절하는 모습 등. 반짝이 의상, 주심 의상에 새로 만든 꽃무늬 셔츠 의상까지 입고 나와서 정말 심심하지 않았답니다.

반쯤 혼이 날아간 상태로 경기를 보고 돌아왔는데,
(이런 찌질한 경기 후기에 끼워넣기는 참 죄송스럽습니다만) 송인득 아나운서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죠. 야구로도 물론이거니와 야구 아닌 다른 스포츠에서도 빛을 발하던 분인데 그렇게 일찍 세상을 뜨셔야 한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정말 이상하고도 이상한 날이었어요. 죽음이 현실같지 않으면서도 너무 일찍 현실로 다가올 정도로, 정말 이상했던 5월 22일이었습니다.

아참, 경기 시작전에 왠 할배가 오셔서 몇몇 선수들을 정자세로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선수 선정 기준이 영 수상하단 말이지요. 하루 지난 지금 확실하게 기억나는 게 신군, 석민, 기주인데요. 잘하는 선수들만 찍어가는데, 그 선수들이 한결같이 베이징...에 거론되던 분들이라 말이지요. 혹시 조만간 예비 엔트리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
사실 22일은 아침부터 꿈자리가 사나웠습니다.
게시판에 전 구단 1차지명자 명단이 뜬 거에요. 기를 쓰고 제목을 클릭을 했는데 보통은 클릭한 다음에 원하던 건 못 얻고 꿈에서 깨는 일이 많잖습니까. 꿈 속에서도 그것만은 안된다는 생각에 꿈에서 안 깨려고 노력하며 기아 타이거즈 1차지명자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확실히 봤고 기억은 하고 있는데 비밀로 남겨두렵니다. ㅎㅎ; 그나마 엄한 선수가 아니라 1차지명자에 해당되는 고 3 아이 이름을 봤다는 게 다행이긴 하네요.

Posted by 채니

2007/05/23 15:08 2007/05/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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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잿빛하늘 2007/05/23 17:13 # M/D Reply Permalink

    어익후 이 긴거 쓰시느라고 일단 고생하셨습니다. 추천..이 아니고 ㅎㅎㅎ 잘 봤습니다.

    베이징 예선전 예비엔트리는 예전에 5월말에 발표라고 기사가 뜨긴 했습니다(일본은 이미 일찌감치 발표되었지만 showing의 성격이 강했구요 ㅎㅎㅎ)

    안그래도 어제 채니님 걱정을 많이 했는데...경기 보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전 어제 대구구장 갈까 하다가 에이 석가탄신일날 가자..라고 미뤘는데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_-;;

    1. 채니 2007/05/24 00:45 # M/D Permalink

      다섯 시간 동안의 경기였으니 관전기마저 길어지네요. ㅎㅎ; 그래도 못 쓴 내용들이 꽤 있을 정도로 이야깃거리 많았던 날이었어요.

      마침 예비 엔트리 발표한다는 시기도 가까워져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지요. ^^ 그렇다면 롯데에서도 선수들 몇몇 찍어갔을텐데 그쪽 덕아웃엔 별 관심 없었던터라.. (쿨럭)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22일은 광주 말고도 전 구장 다 이상했다고 들었습니다. 게시판 반응만 살펴봤는데 단체로 혼이 나갔었나 봅니다. 진짜 별일들이 다 있었네요.

    2. 민규君 2007/05/24 04:33 # M/D Permalink

      그제께 청주는 훈이 폭염쇼만 제외하면 멀쩡했었습니다 ㄲㄲㄲ
      아 생각해보니 김주말(...)씨께서 폭풍타점 올리셨으니 이상했을수도 있군요;;

    3. 채니 2007/05/27 22:45 # M/D Permalink

      워낙 혼이 씌인 날이라고 하기에 청주까지도 이상한 줄 알았습니다.;; 폭풍타점 올리신 그분은 지금 타점 1위이니 그게 이상할 것 같지는 않아요. ㅋㅋㅋ

  2. Lenore 2007/05/23 20:27 # M/D Reply Permalink

    TV로 보는데도 정신 없었는데.. 구장에서 보느라 더 정신 없으셨겠어요..ㅎ

    그나저나 오늘 경기도 엄한 투수교체로 패배를 자초하네요... 요즘 왜 이러시는지-_-

    1. 채니 2007/05/24 00:47 # M/D Permalink

      근데 원래 야구 자체를 정신없게 보는 편입니다. ㅎㅎㅎ 많이 산만하지요.;

      투수 교체에서 쓰던 선수만 쓰시던 분이긴 했으나 막 이상하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참 혼이 나가는 듯한 선수 교체 많습니다. -_-; 오늘 투수 교체는 손영민만 아니었어도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을. (나머지는 인력으로 되는 일들이 아니었죠. -_ㅠ)

  3. 철민현곤 2007/05/23 23:10 # M/D Reply Permalink

    마지막 꿈자리... 그렇게 말씀하시면 궁금해서 제 꿈자리가 뒤숭숭해지는데 말입니다.;;;

    호돌군이 잠실에도 올 수만 있다면 포수 뒷자리를 포기하고 응원석으로 갈텐데 말입니다. ㅜ.ㅜ

    신군은... 결국 신군이 선발자리로 가겠다는 건데, 오늘 상화선수(부상이 아니더라도) 불펜 간 거 보면 이번 주에 신군이 등판할 것 같네요. 어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선발로 내세울 투수를 왜 어제 내보낸 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지난 주에 적게 던지기라도 했음 말을 안하지요.
    정말로 걱정인 건... 홀드왕 먹고 베이징 가겠다는 신군이 이런저런 팀 사정 때문에 구르기만 하다가 탈락될까 싶은 염려가 됩니다.

    1. 채니 2007/05/24 00:51 # M/D Permalink

      여기서 답은 말 안하고 힌트까지 드리면 안되겠지요? ^^;
      그 선수도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신빙성과 가능성이 있어서 무섭긴 합니다.;;; 그래도 설마 예지몽은 아닐거라고 믿어보아요. 개꿈인데요. ㅎㅎㅎ

      호돌이가 전 구장을 헤집고 다니니 잠실까지 올 수 있다면 지정석도 아마 넘나들 겁니다. 만약 잠실 간다면 포수 뒷자리 포기 안하셔도 될 듯 ^^;

      선발자리로 가긴 가야겠지만 그래도 이번주 신군 선발만은 보고 싶지 않네요. 말씀대로 저번주에 너무나 투구수가 많았고 22일에도 별로 뒤끝이 좋지 않았으니까요. 오늘 덕아웃에 있는 신군도 별로 신군답지 않았어요.
      당장 내일은 둘째치고 주말 3연전도 너무나 막막합니다. 선수들이 워낙 많이 쓰러졌고. 에효. ㅠㅠㅠㅠ

    2. 찡즈 2007/05/24 01:11 # M/D Permalink

      채니님 말씀하시는 뉘앙스가 원하시는 선수가 아닌 듯 하여.. 감히 개꿈일 거라고 위로드리고 싶습니다.^^

    3. 채니 2007/05/24 01:24 # M/D Permalink

      좋아하는 선수이긴 한데요. ^^;;; (하긴 싫어하는 선수도 딱히 없지만;) 별로 1차지명으로 거론된 적이 없는 선수거든요. 꿈에서 그 아이 이름을 본 이유가 사실 저마저도 궁금합니다. -ㅅ-;;;
      물론 요즘 타이거즈 돌아가는 거 봐서는 가능성이 나름대로 있는 일이라 예지몽까지도 이야기해봤는데요. 이건 힌트려나요.;;

    4. 철민현곤 2007/05/24 12:36 # M/D Permalink

      가능성 나름대로 있다니 더 궁금해지는데 아는 게 없어서 추리도 안되네요. (사소한 거에 집착해서 죄송합니다;;;)
      지명 끝나면 알려주실꺼죠? ㅎㅎㅎ

    5. 채니 2007/05/27 22:46 # M/D Permalink

      본의 아니게 선수들한테 너무 화나서 알려드리게 됐습니다.
      지명 전까진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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