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가는 것

이야기/진지함 | 2009/12/16 23:05 | 채니
한 1~2주 정도 야구 관련된 어떤 것도 보지 않았고 게시판조차도 떠나있었더랍니다.
떠나있기를 잘했던 것인지, 포털 야구기사를 이제야 하나둘씩 들춰보면서 한번 생각해봅니다.

블로그 운영하는 데에도 회의를 느끼고 있었기도 했지만,
그래도 스나 계약 소식이 들리면 포스팅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흘러 한 달 넘게 지나더니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아직도 스나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계약 소식이 들린다는 게 안심되는 건 아니라는 걸, 너무나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만....) 2009년이 그대로 저물어 갑니다.


누구나 우승을 꿈꾼다는 건 알고 있지만 사실은 우승을 안 하는게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프로구단을 운영하지만 우승을 꿈꾸지 않는 기업도 있죠.
우승을 하면 얻는 것도 있는만큼 많이 내줘야 하니까요.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현대-기아차도 그랬을지도.
...직면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건 참 아프네요.


한동안 속상한 마음에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았기도 했고,
며칠만 지나서 보면 밤중에 자다가도 하이킥할 부끄러운 글도 많이 써왔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틀리지 않다고 알고 있는 것은 있습니다.

기아의 프런트는 지금껏 전근대적인 구조를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 멍청하기 짝이없는 구조는 해태 시절부터 몇 십년간이나 이 구단에서 철같은 밥통을 유지해온 인간들이 그대로 틀어쥐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최근 기사 보시면 잘 나오는 이름이 있으니... 모르셨던 분들도 이제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구단을 운영하면서 얻는, 혹은 스포츠를 통해서 얻는 기업의 홍보효과라는 건 덧없는 것입니다.
- 허울좋은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유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경쟁 3수... 시민에게는 세금 먹는 하마일 뿐.
그런고로 소위 윗선에서 예산을 타서 쓰고있는 구조의 대한민국 프로스포츠가 제 목소리를 내기란 어렵다는 걸 너무나 잘 압니다만, 그렇지만.
스포츠이벤트가 활성화된 미국이나 EPL의 사례만 봐도 스포츠에는 분명히 자본주의의 구미를 당길 파괴력이 있으며, 우리 야구가 7~80년대 고교-실업야구 시대를 벗어나 또다른 전진을 위한 맹아를 틔웠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고로 진정한 프로스포츠와 이윤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시기에,
기아의 멍청한 프런트는 해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사실 그 프런트들이 해태였습니다.... 그랬죠.

저는 해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태라는 그룹의 구단 운영 마인드를 굉장히 혐오합니다.

해태 야구의 근성? 호남의 한?
물론 실재하는 것이며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닙니다만, 저는 그것이 해태라는 구단의 강력함을 대변하는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태 타이거즈는 엘리트 야구였죠.
감독의 승부를 읽는 눈이 탁월했으며, 그 많지 않은 구성원의 면면이 탁월한 엘리트였기에 잘했던 것입니다.
새로이 구단에 편입된 새내기들도 끊임없이 이겨왔던 팀 문화를 느끼고 젖어들 수 있었기에 이기는 법을 잘 알았던 거였고요.

그러나 그 엘리트들에게 주어진 환경은 어떠했습니까. 그 엘리트들에게 해태가 해줬던 건?
정말 타이거즈 팬으로서 타이핑하기도 부끄럽습니다만 삼성의 박충식이 트레이드 되어와서 해태의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보고 바벨에 돌덩이가 끼워져있는 것에 놀랐다고 하지 않았나요. 홍현우는 대활약을 하던 시절 포상으로 해태과자 선물세트를 들고 집에 돌아갔다고 하지 않았나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80년대의 구단 운영이 90년대에도 변하지 않았고 90년대의 구단운영이 2000년대 들어와서도 유지되고 있는게 그 해태 출신 프런트입니다.

저는 그 전근대적이고 멍청한 팀 운영의 상징이 맹호관이라고 지금도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또 하나는 박재홍과의 추한 일화들)

아마 이번 우승 이후의 논공행상을 통해서 멍청한 팀 운영 상징의 삼위일체를 갖추게 될거라 단언해도 좋겠습니다.


우승 다음 해에의 팀 성적에 그다지 미련은 없었는데,
이래서는 내년에 미련이 없는 정도를 넘어서서 못할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측이 가능하네요.
이제 성적 나쁘다고 감독만 자르면 되니 좋죠? 프런트에겐 무조건 면책 특권이 주어질테니 말입니다. (정재공이 잘렸을 때에도 돌아온 인물들이니 뭐)

아무리 재계약 안하고 싶었던 감독이라고 스페어키까지 미리 준비해뒀다고 하지만,
그 감독과 재계약하기로 결정하고 스페어키를 내보낸 이상 더 잡음 안 나오게 봉합을 했어야 하지 않았겠습니까.
12년만의 우승 감독이라고 내치지도 못할 그 정도 그릇을 가지고 꼬장 부릴 것 다 부리더라니.
- 너는 조감독빠이니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보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못 볼 수 있는것이 있는만큼 볼 수 있는 것도 있는 것이죠. 저 감독빠에 스나빠라 충분히 미칠듯이 괴로웠고 지금도 괴롭습니다.

어찌나 감독 계약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많으셨던지,
언론은 차치하고라도 한국병원 주변에 돈 욕심 많은 조감독이라고 소문이 짜하게 났다지 않나.
저 별로 발 안 넓다니깐요. 그런거 전혀 알고 싶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얼마 불렀다고 호들갑스럽게 소문이 나도는 걸 왜 알아야 되죠? 그런 얘기, 도대체 어느 출처에서 나오는 건가요?


그게 올 찬란한 스토브리그의 애피타이저였죠.
아직 메인 디시는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프런트가 나이 어리고 다루기 쉬운 몇몇 선수들 계약 소식 가지고 생색내려들었으나,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모를 정도로 눈 멀고 귀먹은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학창시절에 배우지도 못했다는 선수들도 세상이 변해하고 있는 걸 알고 있는걸,
배울 거 다 배우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속해있다는 사람들이 우왕좌왕. (이름만 기아이지 해태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이런 게 자본주의를 디자인으로 공략하겠다는... 21c의 경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기아의 직원들인가요? ㅎㅎㅎ)
성과를 냈으면 성과급이 주어지는 건, 연봉 협상에서 할 말이 많아지는건 당연한건데. 그게 고과인데.

아직까지도 '너 94년 종범이보다 잘했어?'하고 있으니.


이런 추한 꼴들까지 봐 가면서 내가 무얼 바라고 있는지, 아니 이딴 걸 여가라고 생각하며 즐겨야할지 답이 안 나오는 요즘입니다.
언젠가 기업과 훌리건들에 치여 축구를 잃어갔듯 요즘은 나의 야구를 잃어갑니다.


요즘 스타크래프트를 봅니다.
한참 그쪽에 잡음이 심하고 팬덤 문제도 심하던 시절에 떠나있다가 다시 보기 시작한 거라 그런지, 혹은 왠만한 스트크래프트 팬층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너무 깊숙히 끼어들지 않고 적당히 거리 유지하고 방송 보는게 너무나 재밌네요.

야구도 그랬어야 했습니다.
많은 걸 알아서 좋을 게 없었어요.




2009/12/16 23:05 2009/12/1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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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9/12/26 04:1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채니 2010/01/23 03:26

      당연히 더럽겠지요. ㅎㅎ
      예전에 협회가 기득권을 주장하고 PGR 관련 논란 나올때쯤 절실히 느꼈는데요.
      전 투니버스에서 온게임넷으로 넘어가는 그 시기쯤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참 놀랍게도 그걸 PC통신이라든지 인터넷에서 게시판까지 찾아가며 열광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당시엔 광주에서 봤고, 광주에서 서울로 상경했을 때도... 그냥 TV 중계를 매 주마다 열심히 챙겨서 보긴 보는데 그걸 직접 찾아가서 본다거나 지금의 야구처럼 게시판을 찾고 되새김질해가며 글을 쓴다는 생각을 전혀 안했단 말이죠.

      게시판을 보고 되새김질을 한다는 건 기억을 남겨둔다는 의미로는 소중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착을 하게 되더라고요. 좋은 기억을 남겨두는 거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쁜 기억이나 잘못된 판단까지도 남겨둔다는 것. 저에겐 항상 그게 문제의 시발점이었던 것 같고 그래서 괴로웠어요.
      그래서 스타크래프트고 피겨스케이팅이고 비교적 쿨하게 즐겨온 편인데 야구 즐겨온 못된 습관이 남아선지, 참 방금도 글을 써버렸고 집착을 안하는 게 안되네요. ^^;

      그냥 올 시즌부터는 노력해서 조금은 집착을 덜고, 조금은 못된 말을 덜 써가며(울 신군이나 기주 갈구는 거 말고 =ㅅ=) 즐겨볼까 합니다. 그러면 좀더 야구를 재밌게 볼 것 같아요. 비시즌 기간 동안 기아가 들은 욕이 보통이 아니니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건강하세요. ^^ 건강해야 좋은 것들 오래오래 누리지요.

  2. 괴도루팡 2009/12/27 16:53

    강아지(개XX의 순화버젼)는 개처럼 다뤄줘야죠.
    오뉴월에 뭐하듯이 ㅡ.ㅡ;;;
    더이상 말해 뭐하겠습니까? ㅡ.ㅡ;;;;

    • 채니 2010/01/23 03:22

      그럼요.
      이제는 그들 관련으로는 모든 것을 성토하거나 혹은 개무시하기로 했습니다.
      짜증나면서도 어느 순간 사람이 좋게좋게 살기로 했는지 관대해졌는데 그랬던 건 참으로 후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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