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도 이기고 -_-;  -  2009/09/03 01:49

정용운을 선발로 내놓은 이상 (억지로) 이길 생각 따위 1g도 없었으며,
오늘 경기 선발 선발 라인업과 경기 후 나온 감독 코멘트의 '곽정철, 손영민이 쉬는 날인데...'를 보면 확고해지는 것이죠.
그런데 이겼다능. =_=;;;; 내일 경기를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애초에 질 것 같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하고 보기 시작한 경기였는데,
용운이가 하도 긴장하기에 저까지 덩달아 숨이 가빠지면서;;;; 경기 자체는 박진감 넘치게 잘 봤습니다.

정용운은 선발이라기 보다는 제일 먼저 나와서 상대팀을 혼란하게 하는 투수의 개념이랄까.
애초에 실전 경기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싶어서 차라리 주자도 없는 상황에서 편하게(?) 던지라고 내보낸 것 같았습니다.

요즘 관대해진 건지 생각보다는 맘에 드는 피칭 내용이었어요. -_-;;;;
직구도 2군에서보다 덜 나오고 제대로 채서 던지는 느낌도 아니었고,
1회에는 그래도 커브가 어느 정도 들어가주면서 버틸 수 있었는데 2회부터는 그나마 그 커브조차 잘 안되며 혼자 자멸;하는 시나리오라 좋을 것도 없었으나.

근데 왜 이리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건지요. =_= 신인이라 그런가.
볼질하는 선수들치고 볼질하고 싶어하는 선수는 없으니 모두가 그렇겠지만, 긴장한 와중에도 가운데 보고 던지려한다는 느낌이었던 게 인상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상대에게 분석이 안 되어서 신선해서 통한 거겠지만 좌타자들에게 들어갔던 적극적인 승부도 나쁘지 않았고요.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어쨌든 커브가 공평하게 몸쪽으로 들어가는 것도 Good.

그렇지만 투구폼부터 시작해서 하체 사용 및 팔 쓰는 것 모두 교정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 과정이 힘들겠지만 하나씩 배워나간다는 자세로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속단할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구속을 늘릴 여지가 많아 보이네요.

뒤이어 올라온 오준형의 피칭이 오늘 승리의 밑거름이 되겠는데요...
애초에 정용운의 시험은 타순 한 바퀴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그전까진 무슨 짓;을 하고 있어도 그대로 두더니 한 바퀴가 끝나자 바로 교체했던 것을 보면요.

이전부터도 준형이는 패전조에 있기엔 좀 아까운 투수라는 인상이었는데 오늘을 기회로 코칭스탭의 마음에 더 다가갈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오준형은 드디어 한 차원 높은 리그에서도 대학 시절 보여주던 위력이 나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직구의 구위는 가벼울지 몰라도 원래 볼의 무브먼트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존에 걸치는 제구력이 좋았죠.
(평소 열심히 투구폼 분석하는 것도 아니라 그 직구의 무브먼트가 손목 힘에서 나온다는 것까진 몰랐지만 ^^;;;;) 그리고 무엇보다 슬라이더를 상당한 위력으로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게 매력적이었고요. 대체로 맞춰잡는 투수지만 자신이 가진 구질을 워낙 공격적/감각적으로 사용할 줄 알기 때문에 탈삼진 능력도 있었던...

분식을 당해서(경태 이 쉑-_-+) 평균자책에선 손색이 있었지만 3.2이닝을 잘 막아냈죠.
2회에 주자를 등뒤에 두고 내플을 유도한 것도 좋았지만, 특히 4회 박석민-채상병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무사 1, 3루의 위기에서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게 이번 피칭의 백미라고 꼽을만 하겠습니다.
김창희의 수비에 대한 문책성이 짙겠지만 무사 1, 3루라 한 점 정도는 각오하고 있던 상황에서 우동균이 대타로 나왔을때 혹시?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동균이 뱃 스피드는 빠를지 몰라도 수싸움에서는 안 되거든요.
역시 우동균을 가볍게 상대한 뒤, 약간 더 선구안이 있는 김상수와의 승부가 좀 까다로웠을까... 이영욱도 게임 분위기와 본인이 처한 상황상 적극적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는 걸 이용하여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내는 걸 보면서 이거다 싶었습니다.
당시 던지는 걸 보니 스플리터 계열도 사용하더군요. ㅎㅎ

이제 체인지업만 좀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좋겠는데...
투구폼이 깔끔하고 슬라이더를 잘 쓰는 투수이다 보니 좋은 피칭 내용에 별명이 뒤따라 나왔습니다. 오린이.
이거 보고 진짜 한참을 허리 꺾어질 것 같이 웃었답니다. ㅋㅋㅋㅋㅋ

뒤이어 나온 박경태는 약간 실망스러웠달까. =ㅅ=
객관적으로 어딜보나 정용운보다 나은데 왜 만족감은 덜하는지.;;;;;;

투수로서의 근간은 직구의 사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용운이는 직구가 안되면 슬라이더/커브라는 식으로 자기 나름대로 대체재가 명확한 데 반해서 경태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게 아쉬운 것 같습니다. 체인지업을 배우고 있지만 그게 잘 들어간 걸 한화전 이후로 본 적이 없고.; 그 직구의 질이 월등하기는 하지만. _-_
무엇보다 1군 물도 나름 먹은 녀석이 등판하자마자 신인보다 더한 수위로 저지른 연속 볼질이 실망스러웠던게죠. ㅎㅎㅎ 깔끔한 제구의 준형이 이후에 나와서 더 비교되는 것도 있고.

근데 깔끔하게 준형이 주자 분식회계하고 등뒤에 자기 주자만 남으니 피칭 내용이 갑자기 달라지더군요.
무서운 자식입니다. =_=

고우석 피칭은 개인적인 호감(?;)과는 별개로 감흥이 없어진지는 오래. ^_ㅠㅠㅠㅠ (아이고 우리 우석님ㅠㅠ)
그래도 이후의 3이닝을 최선을 다해 막아줘서 보기는 좋았습니다.

투 피치의 강속구 투수가 강속구를 잃어버린 다음엔 난감하죠. 특히 직구-슬라이더 투수는 더욱.
커브를 헛스윙을 유도하는 구질로 사용할 수 있는 걸 보니 고우석이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을 본 것 같았습니다.
상무에서의 팔꿈치(?) 수술이 고우석의 야구를 기로에 서게 했었지만, 아직 구속이 예전 비슷하게라도 나올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 실전에서의 피칭 감각을 되살리고 남은 겨울동안 열심히 몸 만들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올 시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데뷔 첫 세이브 축하합니다.  +_+)/


잉여조;인 투수들보다 타자들 관련으로 할 말이 더 많아야 하는 경기인데 워낙 타자들은 저 아니라도(그리고 그 동안에도) 칭찬 많이 받았다보니 투수들 관련 코멘트가 길어졌습니다. =ㅅ=;

여전히 테이블 세터에게선 아쉬움이 엿보이지만 그래도 이전 경기보다는 좀 나았고, 이재주-최희섭으로 이어지는 클린업이 빛을 발하면서 점수를 손쉽게 뽑을 수 있었습니다. 클린업에서 하위타선으로 연결되는 흐름에 배치된 장스나의 결정적인 3타점 2루타 한 방이 좋았고 이후 스나는 5회에도 쐐기를 제대로 박는 타점을 올리며 팀을 승리로 견인했습니다.

요즘 타순 배치 감각은 무서울 정도랄까. -_-);
지금 컨디션이 안 좋다한들 테이블 세터는 비교적 고정적인 편이고 4-5번은 확고한 게 최근 타이거즈의 장점입니다. 다만 3번을 쳐줄 사람이 마땅치 않으니 실험이 잦은데요. 대타 만루홈런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클래스가 돌아오고 있는 장스나를 3번에 배치할만 했건만, 그 장스나가 아닌 이재주의 전방 배치가 의외로 1회초의 선제 홈런으로 무섭게 맞아들어갔죠.
물론 장스나는 컨디션이 나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테이블세터화;된 클린업의 흘러나온 주자들을 모두 쓸어담아주며 중심타자같은 7번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할 수 있었고요. 그리하여 김상현이 컨디션이 안 좋은 와중에도 절정의 득점력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작전이나 약간의 변칙을 섞은 기용이 맞아 들어갈 수 있는 건 기초의 기초, 선수단 뎁스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에도 선생님들이 일찌기 본 적도 없는 응용문제를 풀게 만드는 힘은 기초문제라고 강조하셨잖아요. ㅎㅎ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예전에 비해서 선수단 구성이 많이 좋아졌고, 그걸 또 관리해온 효과가 최근 들어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허슬의 상징 최경환옹이 경기 후반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뽑아준 한 점까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경기 후반 대타로 들어온 노장 선수의 근성이 또 다른 경기에서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타순 자체가 맞아들어가는 것에 대한 짜릿함보다는, 이런 기용을 할 수 있게된 저력에 대한 든든함이 먼저 느껴지더라고요.

예전에 풀타임 1년차의 삽횽의 몸 관리를 지적한 적이 있는데,
시즌 중반에 질병;과 햄스트링 등의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고전했지만 역시 땀은 배신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나니 당시 만든 몸이 다시금 빛을 발하네요.
1회 나이트의 고개를 떨어뜨리게 만든 백투백 홈런에, 6회 승부를 완전히 타이거즈 것으로 가져오는 3점 홈런까지.
곤조가 아무리 좋아도 4번타자는 삽횽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든든한 4번타자의 존재는 이렇게나 좋습니다. ;ㅁ;
풀타임 2년차엔 어떻게 될지 상상도 가지 않고.

다만 곤조가 좀 부진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현재 볼을 안 보고 스윙하는 모습입니다. 수싸움이며 노리는 것도 하나도 안 맞아들어가는 것 같고, 예전에는 이 타이밍엔 이거다 하는 노림이 전율이 일 정도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반대. 그러니 뱃에 공이 걸릴 리가 있나요.
트레이드 이후부터 '이 정도만 해주면 성공이다'하던 게 뜻밖의 활약에 기대치를 계속 늘려나가다 못해 팬들이 프랜차이즈 최다 타점이라는 과한 기대감까지 품게 된 게 부담이 있는 모양입니다.
월간 홈런/타점 기록이 걸려있던 8월의 마지막날부터 기미가 보였지요.

그런데 기대감은 기대감인 것이고 정말 해온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뭘 더 바라겠습니까.
그러니까 조급하지만 말았으면 해요.
삽횽이 힘들고 선수단도 부상 등으로 삐걱거리고 팬들도 정말 힘들때, 4번타자까지 맡아서 해주면서 팀을 승리할 수 있도록 떠받쳤죠. 다른 선수들이 팀 패배에 자책하면서 슬럼프가 장기화될 수도 있었던 걸, 이기는 가운데 좀더 긍정적인 기분으로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시간도 벌어줬고요.
팬들은 그런거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 안되더라도 이제는 반대의 입장에서 동료들이 잘하는 동안 쉬어가는 것이고 슬럼프를 떨쳐버릴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쓰면서도 좀 과한 우려 같은게; 마지막 타석에서 어쨌든 맞혀나가는 걸 보니 슬럼프가 그렇게 장기화될 것 같지는 않은지라. ㅎㅎㅎ


오랜만에 각잡고 재밌게 본 경기였습니다.
또 어영부영 연승중이군요. ㅋㅋㅋ


* 기사 찾아보고 있는데 용운이 이름이 제대로 안 나온 기사가 많네요. ^_ㅠ
아까 경기 중엔 '정명운'(스타하냐 -_-)이라고 쓴 기사도 봤는데 방금 용운이 사진 밑에 '김용운'하고 나온 기사도 있고. 에휴.;;;; 듣보잡은 슬픕니다.;

2009/09/03 01:49 2009/09/0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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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도루팡 | 2009/09/03 03: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쨋거나 선빈이는 이뻤다. ㅎ

    • 채니 | 2009/09/03 16:48 | PERMALINK | EDIT/DEL

      ㅎㅎㅎ 그러게요. 글 쓰다보니 빠졌는데; 그 녀석 컨택 능력만큼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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