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시스 - 2009/08/29 03:32
카타르시스 (Katharsis, [영] Catharsis)
정화(淨化) ·배설(排泄)을 뜻하는 그리스어.
금요일 경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카타르시스.
그래서 포스팅의 제목이자 표제어로 뽑아봤습니다.
이 용어가 사용되는 빈도 및 범위가 넓은 데에 반해, 명확한 정의랄 것이 없어(망할 아리스토텔레스여, 니체여 =ㅅ=) 여러가지로 의미 혼용되곤 합니다.
제 생각엔 대중들에게 사용되는 의미를 크게 압축해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첫번째.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막혀있던 것이 툭 터져나오는 느낌 그 자체.
두번째. 역사상 가장 꽁한 인간 중 하나인 니체 스타일의 해석으로, 비극을 통해 대리 체험을 하며 연민과 공포를 느낀 뒤 그것이 심리적으로 폭발하며 안정되는 과정을 거쳐 정서의 순화를 가져온다는군요. 저도 무슨 말인지 아직 아리까리하지만 요지는 비극을 통한 정화인데.
금요일 경기는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첫번째. 상대팀 팬들에겐 두번째의 의미로의 카타르시스가 되겠죠.
상대팀 팬 몇몇에 대해 이야기해볼작시면,
MVP 이야기만 나오면 김상현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발군.
최희섭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발군이었죠.
그걸로도 모자라 게중에는 기아 선발을 털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6타점(1홈런)의 최희섭과 5타점(2홈런)의 김상현은 차치하고라도, 최근 가장 상태 안 좋은 구귀족이지만 6이닝 4실점을 했을 정도라면 요 근래 등판 중 가장 이닝을 많이 먹어준 셈인데.
저에게는 난무하는 비아냥과 게시판 퐈이어에도 때를 기다리던 팬으로서의 카타르시스.
또 누군가는 무시하던 자들에 의한 비극을 대리체험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야구가 프로스포츠가 된 이상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성향을 가지는 거니까요. ~_~ 윈-윈이랄까.
경기의 고비이자 승부처는 개인적으로 7회초의 대타 이재주 기용이라고 봅니다.
조감독님이 바뀔 여지가 없는 좌우놀이 신봉자라고 느끼는 분도 계시겠지만(저는 이미 포기했어요 ㅋㅋㅋ 내년에도 좌완 원포인트 놀이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음 ㅋㅋㅋ)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좌우놀이는 타팀 감독 역시 공유하고 있는 생각인 게죠.
1번부터 4번까지 좌타자 연속 흐름인 게 좋지 않은건 상대팀의 투수 엔트리를 갉아먹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투수가 좌완 원포인트로 등판해도 네 타자를 상대하면서 사실상 1이닝 정도를 길게 끌고 갈 수가 있는 거니까요.
장스나는 분명히 타격감이 좋은 상태였지만 좌타자인 이상 상대팀에서는 유희관을 계속 마운드에 놔뒀을 거예요. 우타자인 이재주가 나오니, 아무리 타격감이 안 좋은 상태라고 해도 저번 대타 쓰리런의 아우라는 계속 되고 있는 상태인 데다가 어쨌든 오른손이니까 좌투수를 계속 놔두기가 찜찜하죠. 그리하여 투수를 바꾸게 되고.
그런데 그 뒤는 또 좌타자 최희섭이기 때문에 잠수함인 고창성을 낼 기회는 차단된 셈. 점수 차이가 꽤 있었으니 대기시키면서도 쉽사리 쓰기 어려웠겠지만 그 시점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 중 하나인 고창성을 달랑 한 타자 상대하는 용도로 쓰자니 아까워서 멈칫한 게 경기 흐름을 바꿨죠.
아마 그 투수 김상현이 이재주를 잘 상대했더라도 머지 않아 투수를 김상현보다 좀더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투수로 바꿀 생각이었을텐데, 의외로 이재주에게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서 경기 흐름이 더 꼬여버리고.
한 수 한 수가 불꽃 튀며 오가는 장면이었달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금요일 타자 라인업은 사실상 포시 라인업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아요.
종범성이 들어갈 수도 있고 짱어주장의 자리가 지완이와 바뀔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전설의 1군 라인업이었죠.
(앞으로도 스나에게는 힘이 실릴 확률이 높고 종범성이 들어가도 지완이와 자리를 바꾸는 정도일 겁니다)
좌좌좌좌 연속 라인업도 좌투수 선발이 아닌 이상 기꺼이 쓸 것 같아요.
금요일 경기처럼 오히려 허허실실을 노려 좌완 원포인트 및 불펜 소모하기 딱 좋게 '호구(虎口)'를 열어놓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죠.
좀더 바라건대 일요일에도 카타르시스가 터져나왔으면 좋겠네요.
윤석민이 올해 마무리로 돌면서 블론하기도 했고 작년에도 약간 고전했으나, 그 이전 2년간은 분명히 달랐죠.
여기서 안치홍이 홈런 한 개 정도 쳐주면 더욱 확실하게 정화될 듯 한데 자기 발등을 가격해버렸으니 좋아지고 있던 타격 리듬감이 일요일에도 발휘될 수 있을지 걱정입네다. =ㅅ=;;;;
토요일은-_- 로느님께 뭔가를 더 바라자니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걱정은 안 함)
물론 이번 3연전 시리즈 전체적인 분위기가 카타르시스라면 더 바랄 게 없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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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골골골 해서 요즘은 글을 못 쓰고 있었습니다.
수/목 양 일간 경기는 모두 적당히 편안하게 보고 왔습니다만. 약간 무리해서 목요일 경기를 보고 왔더니 몸살이 좀 오래갔습니다.
- 사실 수요일에 몸살난 건 지쳐 돌아와서 나비 인터뷰 버스까지 욕심 내다가 새벽까지 잠을 못 자고 사진 정리한 덕이라, 자초한 화이긴 합니다만 ㅠㅠ
수요일 관전기는 쓰다가 만 게 있는데 이제와서 보완해서 공개하긴 뒤늦었고 목요일은 이야기하기도 싫고. ㅋㅋ
다만 어제 화제가 되었던 대진성 선발 관련으로는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대진성 경기는 무조건 보고 싶은 팬들이 분명히 존재하고(저도 그렇고) 등판 자체가 티켓 파워가 되는한 팬으로서 함부로 예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미 대진성이 작년 겨울 톰 하우스에 갔던 건 떨어져가는 직구의 힘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걸 짐작하고 있고, 그게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한 건 알고 있습니다. 글을 쓴 적도 있고.
제가 봐도 대진성 공이 갑갑한 면도 분명히 있어요. 구위가 더 떨어졌고, 커브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5이닝을 버티기도 버겁습니다. 요즘 커브 제구는 안 좋으시니 더 말할 게 있나요. 코너웍 하려다가 털리는 시나리오를 모두 제 눈으로 현장에서 똑똑히 봤는데.
그치만 대진성의 존재가치는 분명히 있는 것이죠.
조감독님이 로테이션에서 돌리고 있는 게 설마 고작 불굴의 의지의 표상이자 존중받을 선배로서의 대진성을 심정적으로 좋아하고 우대하기 때문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대진성 경기를 통해 얻는 게 있죠.
좀 딴 얘기 같긴 한데, 타 학교 출신이 봐서는 도대체 일고의 관전 가치도 없어보이는 연고전(고연전)이지만 그것에도 나름 가치는 있답니다. 양쪽 학교의 지원 및 압박이 강력하게 들어가며 3만명 관중이 운집해서 요란하게 응원하는 분위기에서의 경기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서 말입니다.
신정락에게 좋은 점수를 못 주신다는 분들의 근거는 대개 작년 연고전에서 볼질을 한 걸 보니 프레셔에 약한 것 같다는 것 아니었나요.
선수들도 잘하고 싶어하고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한 채로 하는 경기입니다.
대진성 우대 뿐만 아니라 그럴 때의 경기 능력을 테스트하는 지표로서도 가치가 있어요. 일종의 예비 포스트시즌인 것이죠.
그러니 팬으로서도 큰 경기 경험이 미숙한 티가 나고 세세한 야구가 안된다는 판단을 더 고민하지도 않고 내릴 수 있는 것이고.
이왕이면 올해 같이 분위기 좋을 때 100승을 하신다면 대진성뿐 아니라 선수단도 고양효과를 누릴 수 있겠죠.
현재 2군에서 올라올 투수도 마땅치 않은 팜 사정상 대진성이 불합리하게 젊은 선수들에게 돌아갈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정철이에겐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것마저도 그 녀석이 중간에 없으면 팀이 휭해지니 어쩔 수 없는 게 더 크고... 준형이는 시즌 초에 컨디션이 안 좋아서 믿음감이 쌓일 시간이 너무나 짧았으니 어쩔 수 없는 법)
연승 커터?
팀이 언제나 이길 수도 없는 것이고 그게 어쩌다보니 대진성 경기인 것 아닌가요. 우리가 언제부터 매 경기 이기는 팀이었다고. -_-
패배하는 경기에도 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칭스탭이 곤조가 타격 외의 다른 플레이에서의 집중력이 떨어져보인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도, 이기는 경기에서 빠졌을 때와 중요하지만 지는 경기에서 빠졌을 때의 당사자의 느낌은 분명히 다를 거예요.
그러니까 대진성이 좀 쉬시고...
하다못해 굿이라도 하신다던가 카운슬링 받으시고; 이야기가 너무 이상한 데로 갔다면;;; 낚시라도 하시고 마음 다스린 다음에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로테이션 제외라느니 은퇴는 무슨.
우리는 그냥 닥치고 신군이나 깝시다. -_-
* 아청 여파가 있어선지 글을 안 쓰는데 방문자는 폭주. ㅋㅋㅋㅋ 저도 참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정작 아청 제대로 못 보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