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행사를 치를거면 세세한 것부터 신경 써주세요 - 2009/07/25 22:57
올스타전을 다녀온 팬입니다.
이번 올스타전 티켓팅 주관사인 G마켓에서 간발의 차이로 지정석 예매를 실패하고 일반석을 예매한 뒤 예매만으로는 안심이 안 되어서 따로 아는 분을 통해서 표를 한 장 구매해서 올스타전을 대비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즐거웠던 올스타전 뒤엔 상처가 많이 남았습니다.
무등구장의 일반석은 지정좌석제가 아닙니다.
예매에 익숙하지 않고 소위 빛의 속도로 클릭하기를 잘 못하는 저로서는 차라리 몸으로 때우는 현재의 좌석제가 편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제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기 위해 아침 9시에 야구장에 갔을 때, 이미 많은 팬분들이 매표소에 줄을 서 계셨죠.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매표소에 줄을 서 계시는 분들 모습이 어딘가 이상했다는 것입니다.
1. 페넌트 레이스에서의 티켓팅 주관사는 티켓링크입니다. 그러나 올스타전 티켓팅 주관사는 G마켓이죠.
저는 광주에 살고 광주구장을 꽤 다니는 편이라 구장에 익숙합니다.
3루 쪽에 무인발권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으나 발권했을 때의 기억이 티켓링크에서 설치한 무인발권기라는 거였습니다. 왠지 G마켓에서 예매한 올스타전 표를 발권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는데, 9시에 갔을 때 이미 많은 분들이 무인발권기에 줄을 서 계셨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지나다니시는 관계자 분들께 여쭤봤습니다.
그분이 KBO 담당자가 아닌 단순 행사 담당자이셨으나 다행히 친절하게 전화를 해주셔서, G마켓에서 예매한 표는 무인발권기에서 발권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광주 사는 저는 알게된 건 좋은데, 9시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도착해서 무인발권기에 줄을 서계셨을 타지역 분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분들이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서 기울인 노력은 뭐가 되는 것인가요. 물론 관련 안내문은 한 줄도 없었고요.
당시 그 분의 통화 내용을 주의깊게 들은 분들이 의외로 별로 없어, 한동안 많은 분들이 줄을 서 계시는 코메디가 연출되었고... 10시가 지난 시각에야 관계자에 의해 발권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전달되며 줄이 해산되었습니다.
덤으로... 그런 내용이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들에게 전혀 전달이 안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3루의 개표를 담당하시는 알바 분은 당연히 발권이 된다고 알고 계시고 고객에게 그렇게 안내해주시는 통에, 당시 표를 들고 3루 쪽에 줄을 서 있던 제가 정정해드리는 해프닝도 발생했죠.
2. 예매에는 약간의 메리트가 있어야 합니다.
매표소에는 예매 줄과 카드 결제 줄, 현금 줄이 분명히 따로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사실 명확하게 고지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야구장을 상당히 다녔지만 현금으로 매표하는 창구와 카드로 매표하는 창구가 분리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예매 창구와 현장판매 창구가 명확히 분리되어 있지 않았죠.
제가 9시에 도착했을 때 정황상, 많은 분들이 줄을 잘 모르고 대충 짧은 줄 골라서 섞여 줄을 서 계셨습니다.
담당자의 출근은 훨씬 늦은 시점이었고...
예매 창구와 현장 판매 창구가 분리되어있다는 고지는 오전 10시께에 급히 프린트된 종이를 창구 앞에 붙이는 걸로 이루어졌습니다.
9시에 도착해서 실수로 현장 판매 줄에 서신 제 지인은, 노력도 헛되어 다시 예매 창구에 줄을 서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일찍 올 것을 예측하지 못했더라도 이런 부분은 전날에 미리 구획을 해두고 안내문을 붙여두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심지어 예매 창구와 현장 판매 창구가 거의 숫자가 비슷한 듯 했습니다.
예매를 한 사람은 그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게 빨리 발권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예매 창구가 현장 판매 창구보다 월등히 많아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3. 심지어 당일 매표소 통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암표상들이 어린아이들 손을 잡고 줄을 보강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지인 중 한 명이 표를 구하시지 못해서 현장 판매 줄에 섰습니다.
현장 판매는 1인당 4매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엔 나는 놈이 있고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었어야 합니다.
줄을 서 있는 지인 앞에 대충 서있는 듯 하다가 남들 몰래 줄을 새치기하는 사람들도 나타났고...
암표상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서 미리 줄을 서 있는 바람잡이들에게 합류해서 일찍부터 줄을 서 있는 다른 분들을 뒷순위로 밀리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어린아이 손을 잡고 들어와서 그 어린아이에게 표를 구매하게 하시기도 했다는군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관계자 분께 여쭤봤습니다. 이 상황에 대한 통제는 어떻게 되는거냐고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팬들이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대답이 믿어지십니까. 3루쪽 개표소에는 보안요원이 네 명 남짓, 개표 알바가 두 명 서 있어서 인원만 조금 분산시키면 얼마든지 통제가 되는 부분 아닌가요. 큰 행사이니만큼 인원보강이 약간만 있어도 되는 거고요.
하다못해 이런 새치기하는 인파들을 통제할 수 없다면 일반석에 일일이 임시 번호를 매겨, 전체 지정좌석제로 운용하는 깔끔한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눈 앞에는 어떤 대책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4. 심지어 팬을 응대하는 자세도 좋지 못했습니다.
저는 미리 표를 얻어두었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3루쪽에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런고로 제 주변엔 관계자 분들이 많이 지나다니셨죠.
저는 팬북을 구입했기 때문에 마케팅 부의 얼굴을 대강이나마 압니다.
한 10시 지난 이후엔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되긴 했지만 사실 상황 파악이 안되었을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되었고 마케팅 부서에 있으신 직원 분을 붙들고 정황을 여쭈어 보려고 했습니다.
마침 한 분이 지나가시기에
"저기요. 여쭤볼 게 있는데요."
하고 말씀을 건넸는데, 저를 한번 흘끗 보시더니 아무런 대답없이 관계자실로 그냥 들어가시더군요.
마케팅 부에도 굉장히 고위에 계신 분입니다.
제가 20대 젊은 여자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마케팅부에게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정해진 게 없더라도 저에게 처해진 상황을 설명하려는 노력 정도는 필요했고, 하다못해 '죄송한데 조금 바빠서요.' 한 마디 정도는 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뒤에 제 지인이 겪은 해프닝이 있어(이건 따로 쓰죠) 또다시 직원분을 찾았을 때...
항의하는 팬에게 마케팅부 직원분이 '어쩌라고? 어쩌라고?' 하고 삿대질을 하셨다죠.
죄송하지만 팬은 손님이고 고객이고 왕입니다.
팬이 해프닝에 화가 나서 격해진 상황이라고 해도, 그에 맞춰서 화를 내라는 법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팬 또한 20대 젊은 여자였습니다. 여성팬은 덩치 있는 남자가 삿대질을 하면서 고압적으로 대해도 되는 약자입니까?
5. 게이트에서 핸드폰 쿠폰만 보여주면 들여보내줬던 애초에 티켓팅과 관련된 약관 자체가 흔들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이트에 서 있던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그러나 그런 팬들에게도 예매 관련 쿠폰을 창구에서 표로 바꿔서 들고 오라고 유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게이트에 서 계신 분들은 그렇다치고, 이미 예매 쿠폰을 손에 들고 계시면서도 정상적으로 약관과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예매 창구에 서 계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게이트에서 항의가 있다고 해도 그냥 핸드폰에 다운받은 쿠폰만 보여주면 들여보내 준 건 약관을 어김은 물론, 공정성에 어긋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창구예 줄을 서 계시는 그 분들은 뭐가 되는 건가요?
제 지인이 항의했던 게 이 부분이었죠. 그리고 돌아온 건 반말섞인 '어쩌라고?'였습니다.
다행히도 올해 성적이 좋은 편이라 아마 이변이 없는한 올 시즌에 분명히 또다른 큰 경기를 치르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큰 경기를 큰 잡음없이 치르는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죠.
그러므로 올스타전에서 제가 겪은 문제점들에 대해서 써보았습니다.
현대-기아차라는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산하의, V10을 노리는 자랑스러운 명문 구단에 어울리는 운영과 고객 관리를 원합니다.
이 글은 구단 커뮤니티에도 동시에 올라갑니다.
호사방 첫 글로 구단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쾌거 달성을 기념하며...
웃을 수 있는 글은 다음에 쓰겠습니다.
* 제가 안 즐거웠다는 건 아니에요. 사진을 너무 난사한 나머지 5회에 배터리가 사망하고 메모리 스틱이 풀로 차 버리는 문제점이 있긴 했으나... (찌롱이 홈런은 예감했고 끄트머리에 찍었는데 설마 미스터 올스타? 하고 있던 시점;) 그래도 올스타전이 고효준의 말처럼 '새로운 세상'이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니 진짜 흥겨운 잔치였고... 팬들이 뭐라든 선수들에게는 아이 싱나~하는 경기가 맞더군요. 내년에도 아마도 올스타 투표는 열심히 할 것 같네요. 제가 사랑하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