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울적한 글  -  2009/06/09 01:57

막 웃으며 댓글을 달고 그 직후 쓰는 글이 이런 게 무슨 조울증 같기는 하지만요. ㅎㅎ
알게된 타이밍이 이 지경이라.


범석이 시즌 아웃 이야기가 나오고 있네요.

최근 범석이가 2군에 내려갔을 때부터 빨라야 올 시즌 막판에나 올라올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확인사살이 되어버린 상황에 기분이 좋을 리는 없지요.

알려진 부위가 회전근계인 것도 문제입니다만.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만큼 낙천적인 성격의 선수가 뭘 먹어도 살이 빠질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게 제일 팬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 같네요.
안 그래도 기나긴 재활을 딛고 일어선 선수라서 또다시 재활로 들어가야 한다는 게 좋을 리는 없으나 재활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건 차라리 아무렇지 않을 정도입니다. 특유의 유연하지 못함과 이미 수술을 받은 팔꿈치 부위 등등까지 겹쳐 어쩌면 선수 생명에 대해서도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게...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새삼 되새겨 화 안 내리라고 다짐했던 게 작년 언젠가였고 나름대로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투수 전향하지도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마운드에서도 정신산만하기 그지 없던 투구폼(지금보다 부상위험이 더욱 높았던)의 범석이를 데뷔 첫 해에 1군에 무리하게 올렸다가 얼마 안 가 아프게 하고 수술까지 하게 만든 2005년의 어느 순간과 그때의 콜업 결정을 욕하겠습니다.
몇 경기 던지지도 않았으나 당시 타팀 팬들까지 범석이에게 매료되었을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지만 그래도 당시엔 범석이는 투수로서 갖춰진 게 거의 없어 말 그대로 와일드 씽이었어요. 거칠고 또 거칠었죠.

고로 오늘 밤과 내일 아침까지 하루쯤은 미워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의 기용 패턴도 딱히 나았을 리는 없겠습니다만... 불행의 씨앗은 그때였습니다.
아무리 팀 사정이 어려웠더라도 한 1~2년쯤 준비시켰다면 선수에게 이렇게까지 힘든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겁니다.


6월 10일은 마음이 아픈 날입니다.
아무리 오래지 않은 팬이었다 한들 아플 수밖에 없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네요.


저는 故 김상진을 추억할 수 없기에 6월 10일이 다가오면 대진성 생각이 납니다.
대진성의 인생역정과 더불어 피눈물을 흘리며 11번을 달았다는 이야기와 그리고 긴 재활을 어느 정도 일단락 짓고 팬들 앞에 우뚝 서서 오랜만에 승리를 기록했을 때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당연히 사라져야 할 악습의 산 증인이 당당히 이겨내고 돌아와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만, 한 켠으로는 울적한 게 타이거즈 팬으로서의 마음이겠지요.
젊은 날의 이대진은 소소한 가을 야구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마저 빛이 났으니까요.
그렇게 빛났던 투수가 그 빛을 길게 이어가지 못한 것에서 화가 납니다.
작년 겨울 대진성이 미국행을 결심하신 것도, 더이상 직구 구위가 떨어지지 않은 채 선수 생활을 계속 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거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도 느끼고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 염원이 현재로서는 성과를 크게 거두지 못한 게 속이 상하고요. (거기서 그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또 믿습니다. 우리에게 대진성이 필요한 순간 역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대진성이 아끼고 염려하신 한 명의 젊은 투수가 인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6월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잔인한 6월입니다.


두서없이 쓰고있지만 저는 그래서 성적 그 이상으로 건강과 행복, 안녕을 기원합니다.
모두가 노력한만큼 거둘 수 있는 행복함이 주어지길 빕니다.

2009/06/09 01:57 2009/06/09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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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방문자 | 2009/06/09 16: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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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니 | 2009/06/09 21:45 | PERMALINK | EDIT/DEL

      조감독은 범석이도 예뻐하잖아요.
      작년 기용 자체는 무리할 패턴도 아니었던 것 같고(선발이라 불펜 대기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고), 올해 역시 그랬지요.
      다만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그것마저도 문제가 되었을 것 같기는 해요. 예전에 문제가 됐던 부분이 범석이가 편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피칭을 견뎌줄 상태가 아니었다거나...
      올해엔 범석이가 던지고 싶은 마음에 아닌 척 무리했다는 생각도 드는 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우리 젊은 투수 하나를 더 들어서 알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ㅠㅠㅠ 아프면 확실히 말할 것이지. ㅠㅠㅠㅠ

      지금 당장 못 보는건 우린 괜찮으니까, 범석이가 조급하지만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건 진짜 괜찮거든요. 그냥 선수 생활만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어요. ㅠㅠㅠ

  • quilt | 2009/06/09 23: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범석군이 결국 시즌 아웃이군요. 휴.. 안타깝네요. 양선생과 더불어 우리 타이거즈 청순뇌 원투펀치 중 하나였는데, 그의 똘기충만한 직구를 올해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채 꽃이파리 다 열어 보이지도 못한 채 땅에 떨구리란 못난 상상은 하지 않으려 해요. 지금 당장은 그저 캄캄하고 아득하겠지만, 대진님처럼 이 악물고 다시 일어나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게 활어처럼 펄펄 살아 움직이는 직구 다시 던져줄 거라 믿습니다. 범석군, 힘내자. 강한 아이잖아. 널 믿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 준혁군도 뒤늦게 진로를 바꾼 늦깎이 투수라는 사실, 수술과 재활로 점철된 파란만장한 과거, 뭇 타이거즈 팬들을 설레게 하는 무한한 잠재력 그리고 그 잠재력에 확신을 갖게 하는 너무도 강렬한 증거들까지, 그의 사연 많은 이력이 범석군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범석군이 잠시 공을 놓아야 하는 지금, 불펜에서 강행군중인 준혁군의 어깨는 온전한지 걱정이 되네요. 곽소녀보다 더 먼저 기회를 받았어야 할 녀석이 실은 이노마인데, 연투가 가능한 능력자라는 이유만으로 올해도 머슴살이. 잘난 놈이 더 고생하는 건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인 듯.

    음.. 직접 경기는 보지 못했지만, 예전에 준혁군이 깝군과 맞장 떠서 가루로 만든 적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엘지팬들이 임준혁이라고 하면 쌍심지를 켜고 이를 박박 갈면서도, 녀석의 으름장에 그만 얼김에 울음을 놓고 만 소녀가슴 깝군 때문에 챙피해서 차마 대놓고 까진 못하고 있지만요. 덕아웃에 앉았는 걸 보면 참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할 순둥이 같은 면상인데, 그런 배짱이 있단 걸 알게 되니깐 한층 호감이 가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낯짝에 철판 들이깐 류의 뻔뻔+시건방 포스의 소유자(네, 한마디로 "나쁜 남자"지요. 흑흑)를 선호하는 터라, 예전에 두산의 이경필 선수를 참 좋아라 했다는. 뻥뻥 쳐맞으면서도 껌 쫙쫙 씹어붙이며 "덴장, 저 색히 오늘 운 좋았네." 식으로 거침없이 쿨하게 관조하던 그의 마운드 매너란. 그렇기에 경험이 쌓이다 보면 준혁군에게서 그런 "나는 시건방진 남자, 스뎅 쿨한 남자!"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도 있답니다. 헐헐.

    로페즈와 원뜨리가 화끈하게 말아먹을 뻔한 게임을 뒤로 한 채, 다시 내일의 경기를 기다립니다. 대진님, 범석군, 준혁군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타이거즈라는 이름 안에서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당연한 바람과 함께.

    • 채니 | 2009/06/12 01:48 | PERMALINK | EDIT/DEL

      아직 수술을 한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나 사실상 시즌아웃이라고 생각하고 맘 편하게 봐야할 듯 합니다.
      저도 뇌가 청순한 선수들이 좋아서 양선생과 둘이서 히히덕거리며 잘 나가길 바랐으나. ㅠㅠㅠ

      10일 밤까지 계속 우울했는데 이제 저도 좋게 생각하렵니다.
      어쨌든 범석이가 싸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고, 최소 최악의 바닥은 치고 올라온 거 아니겠어요. 그럼 희망은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범석이는 보통 재능도 아니고 보통 의지력에 보통 성격도 아니니까요. 잘할 겁니다.

      저도 글 쓰면서 준혁이 생각 많이 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참 비슷비슷하게 닮아있는 점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심하게 모나지 않게 어울려서 잘 지내는 거겠지만...
      요즘 준혁이가 못하는 거 보면, 나서서 까고 싶다기보다는 아직 소염제를 챙기고 있다는데 그 어깨가 괜찮은건가 하는 생각부터 듭니다. 불을 지르고 볼질을 해도 그냥 안쓰럽기만 한 얼마 안되는 캐릭터예요.;;; 감독님도 준혁이 좀더 아끼고 관리해주셨으면 하고요.

      준혁이가 소녀가슴은 좀 아닌 거 같고요. ㅎㅎ
      특별히 모나지 않고 후배들한테 잘해준다네요. 제가 봐도 우석님과 어울려다니고(?) 석민이 챙겨주고(?) 전에 비오는 날 성철이 타격 지도하고(?) 그러는 것만 봐도 선수들과 두루 친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때 일은 동료나 후배들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혼자만) 그렇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칼 씹는 얼굴이 되는 준혁이도 보면 참 웃겨요. ㅋㅋㅋ 저도 이경필 선수 꽤 좋아했는데(거의 선수 생활 후반만 봤지만;) 그런 얻어맞으면서도 밀어넣던 뻔뻔한 모습이 준혁이에게도 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선수들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선수 생활할 수 있길 빕니다.

  • 비밀방문자 | 2009/06/10 00: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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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니 | 2009/06/12 01:56 | PERMALINK | EDIT/DEL

      하늘이 도우사 우천취소였는데 그 다음날은... 하루가 가기도 전에 하늘의 응징이었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날은 우리 꾸역이 로페즈 말고는 덕을 본 게 없는 것 같아요. (먼산)
      갸 팬 좀 하다보니 저도 울 타자들보다는 울 투수들이 훨씬 믿음직하고 훨씬 애정이 가고(! ㅋㅋ) 무조건 편 들어주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비온 날 몰아치고 그 기록이 날아간 게 타자들한테는 좀 타격이 컸었나 보아요. 그건 이제와서 새삼 생각해보면 좀 안쓰럽기는 합니다. 그나마 오늘; 몰아쳐서 좀 다행이었지만요. ㅠㅠㅠ

      우리 잉여 4선발의 피칭을 보면서 쟨 왜 아직도 공이 높은걸까 하면서 어젯밤 미친듯이 자학하다가 잤는데, 오늘 그보다 더한 몰골이 펼쳐질 줄은. ㅠㅠㅠ 우리 철없는 30대를 너무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장타를 맞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절친 짱어 아니었으면 6실점이나 하고 승을 챙기는 만행 따위 있을 수 있었겠냐고요.
      ...어째 갈수록 잉여가 아닐거라고 믿었던 선수들이 더 잉여스러워지는 이 느낌은 뭔가효. ㅠㅠ

      그나마 우리까지 우울해지고 바닥을 치고나니 범석이가 좀 나아진 것 같아요. 어젠 싸이도 했다면서요. 저도 그렇고 그나마 글 쓰고 있을 기력이 있다는 건 조금은 나아진 거니까. 씩씩하게 털고 나올 것이라고 믿어봅니다.

      범석이 팔꿈치 수술하게 만든 건 서정환은 아니고 유남호씨였지요.
      저도 해태 출신 두분이 지금까지도 타이거즈를 사랑하시는 걸 보면 참 뭉클하긴 하지만 역시 감독으로서는. (먼산) 사랑을 너무 내보내면서 표현하지만 않으셨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래도 원포인트 릴리프 기용은 까여도 됩니다. ㅎㅎ
      저도 좌우놀이 딱히 탐탁치는 않아요. 좌완을 무조건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은 있으니까 그냥 가만히 참고 있는거죠.;;; (경태든 민호든 안 크면 가만 안두겠음 ㄱ- 좌완보다 도리어 팬들을 강하게 키운 인고의 세월 어쩔 겁니까. ㅎㅎ)

      저도 행운을 빕니다~
      님께도 행운이 함께하시길. ^^

    • 고등어자반 | 2009/06/12 02:07 | PERMALINK | EDIT/DEL

      철없는 30대가 오늘 처맞은 건 컨디션이 너무 좋고, 구위가 너무 좋아서 자뻑에 빠진 나머지 절친짱어의 싸인을 개무시한 결과예요.....
      김주장은 속도 없지.... 뭐가 이쁘다고 홈런을 쳐주고, 애교떤다고 용서해줍니까;; 강정호 홈런 맞고 좀 삐지는 척 했는데 달라붙어서 아부-_-를 떠니까 못이기는 척 받아주더군요...그러니까 철없는 30대가 철이 안들지 싶었습니다. 게다가 그러고도 정신 못차리고 5회에 또 도리도리 하다가 마운드위 포수 면담까지 당하는 철없는 서선생..

      속없는 절친이 승수 하나 건져줬으니 앞으로는 말 좀 잘 듣고 피칭 잘해서 절친 칭찬 좀 받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우리 김주장도 강민호 안부럽게 까였던&까이는 사람 아닙니까.

    • 채니 | 2009/06/12 02:16 | PERMALINK | EDIT/DEL

      소시적 짱어주장 리드를 간간히 무시하던 투수 그레이싱어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ㅎㅎ 그래도 싱하횽은 공이라도 좋았고 당시 짱어주장은 국민볼배합 소리라도 들었지, 지금 울 30대(...아, 야구인같은 별명 얼른 지어줘야 하는데 말입니다;)는 새털직구로 이름이 높고-_-+ 요즘 짱어주장은 다른 포수 줘도 안 바꾸는 완소 포수 아닙니까.

      짱어주장 인터뷰에서 그랬다지요. =ㅅ=
      절친이 승리하게 해주고 싶었다고요.
      진짜 속없는 포수 맞아요. 뭐가 이쁘다고 홈런 쳐주고 애교받아주고-_- 뭐가 이쁘다고 승 챙겨주는 겝니까. ㅠㅠ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너무 각별해서 그랬을 거예요. 그 잉여는 나라도 챙겨줘야지, 안 그러면 버림받는다는 사명감!
      크흑 짱어주장 너무 좋습니다. ㅠㅠ 진짜 서쟁은 친구 말 좀 들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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