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귀환 - 2009/05/29 23:08
너무 조마조마해서 야구를 눈으로 보는지 코로 보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흘러갔네요. ㅎㅎㅎ
선발로 돌린다는 감독의 코멘트가 있은 이후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타이거즈의 경기는 참으로 중요한 경기들의 연속입니다.
향후 4강권을 확보하고 혹은 그 이상을 노릴 수도 있는(기대하지도 않았던 3위 수성;;이라던가) 첫번째 고비가 지금인 것이지요. 고로 승부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사실 팬이란 간사한 생물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기기 위해서'라면 아마 석민이가 올해까지는 마무리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요. 어차피 기주는 당분간 마무리로 돌아오기 힘들 것 같았기에, 현대 야구에서 마무리없는 야구란 있을 수 없기에 석민이 선발을 원하면서도 이기적이게도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이었지만, 선발 전환이 심지어 고정적이지 않고 '임시'일지도 모른다는 것에 격분했습니다.
차라리 마무리로 고정된다면 몸에 괜찮을텐데 승부수로 잠시 선발을 할 뿐 다시 뒤로 간다는 게...
그러나 그게 단순히 액면가 그대로 임시라고 믿기에는
작년 말 석민이가 베이징을 다녀와서 힘들어 할 때 코칭스탭 전원에게 애지중지 관리를 받았던 것,
그리고 타이거즈를 출입하시는 두 기자님들의 포스팅에서 나온 이야기들,
이 두 가지가 저한테는 크게 작용했습니다.
석민이의 피칭이 그대로 마무리로 고착화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팀은 물론 관계자들까지도 공유하고 있었다는 게 어쩌면 좀더 기다려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갖게 했지요.
화는 정말 났지만 믿음이 틀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달까요. ㅎㅎ
기사는 오보였고 윤석민은 선발, 에이스로 확고하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기아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일 수 있는 경기에서 에이스 대 에이스의 맞대결로 선봉에 섰지요.
윤석민이 타이거즈의 에이스인 게 너무 당연해진 이후로, 엘지에게 털린다는 건 솔직히 제 생각으로는 있기 힘든 일입니다.
물론 올해 최장시간 경기에서 탈탈 털리고 내려가면서 절 죽이고 동료들을 감기로 죽이고 무지하게 괴롭혔지만 ㅎㅎㅎ 그건 윤석민이 선발이 아닐 때의 일일 뿐이지요.
라이벌 맞대결에서 자존심을 굽히고 들어가게 만드는 건 선발 윤석민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솔직히 요즘같은 현실에서는 나머지 7개구단 모두 그저 상대편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애가 달은 상대편이 그렇게나 제발 의식해달라고 애걸하는데 못 이기는 척 하며 장단 맞춰주는 건 대인의 도리니까. 그리고 앞장서서 진정한 대인의 풍모를 보이는 건 에이스로서는 당연한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민이는 낚시질을 했는데 ㅎㅎㅎ
최근 석민이의 피칭 패턴은 야구 관계자들이 인정했고 뭘 모르는 제 눈에도 보였듯 거의 마무리에 가까워지고 있었죠. 직구와 고속슬라이더 외에는 아예 던지지 않는 피칭을 했죠. 그 잘 쓰던 체인지업은 연습 때에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던지는 구질이 되었던 게 엊그제.
그런 상황에서 석민이는 다시 선발 전환을 했고 며칠만에 다시 선발로서 피칭을 했습니다.
1회말 무려 초구를 변화구를 던진 것을 시작으로 실전에서 쓰지 않던 자기 구질들을 실전에서 점검하는 눈치였죠.
코칭스탭의 주문도 있었겠지만 아마 본인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고, 선발로의 피칭을 시작하며 팀의 요구나 본인의 생각 모두가 하나가 되어 돌아가는듯한 긍정적인 느낌이 오더군요.
아직 완벽하게 좋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만 구질 사용 및 볼배합 모두가 실전을 빙자한 테스트에 가까웠던 걸 생각하면 후회는 남지 않을 피칭이었습니다. 완벽한 선발로 돌아오기엔 힘들 상황이었는데도 6이닝 2실점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며 이닝도 꽤 먹어주면서 내려갔으니까요.
시범경기에서도 엘지 관계자들은 윤석민이 엘지전에 나오는 것에 진저리를 쳤다고 들어서 웃었는데 그럴만한 이유를 보여주는 피칭이었달까요.
요즘 사실 팀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했고 몇몇 선수들은 지쳐있었습니다.
하도 올 시즌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3위를 지키고 있었을 뿐, 사실 상위권 팀의 경기 내용은 아니었어요.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고 4번 타자의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이상하게 말려서 지는 경기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계속 연승은 못해도 위닝시리즈가 연속되던 좋은 흐름까지 끊겼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 어수선함은 여과없이 드러났습니다.
차라리 잠실을 너무나 사랑해서 잠실만 오면 날아다니는 종범성은 괜찮았는데 외야수 대체자원조차 없이 뛰고 있는 원섭씌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죠.;;; 요 몇년간 원섭씌는 워낙 팀에 충실했던 선수라 무슨 일이 있어도 안 깠는데 오늘만큼은 좀... 진짜 화나는 플레이가 공격도 아닌 수비에서까지 있었어요. ㅠㅠㅠ
석민이는 오랜만에 선발로서의 피칭을 해야한다는 부담에 그 모든 어수선한 분위기까지 업고 던져야했습니다.;;
사실 수비 에러가 속출하고 심지어 그 에러가 에러로 기록되지도 않으면 맥이 탁 풀려 잘 던지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압니다. 어지간하면 속마음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석민이가 아쉬워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오죽했겠습니까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비마다 상대에게서 병살/삼진을 유도하면서 위기를 잘 막고 내려갔지요.
경기 중에 세 번은 온다는 위기(찬스)를 에이스가 단단히 틀어막고 내려갔으니 경기가 그 뒤에 잘 풀릴 수밖에 없었던 건 인지상정.
대주자로 나온 두 명이 타석에까지 들어서는 짜릿한 8회초가 지나고, 손영민을 낸 것 외엔 불펜 사용도 최소화하며 경기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김영수는 1군에 올라와서도 여전히 좋은 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홈런 맞은 후에 볼질하며 내려간 게 아닌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 정성철도 맞든 말든 가운데로 공을 밀어넣는 패기는 여전하다는데 만족하고요.
에이스가 돌아왔습니다.
에이스가 중요한 주말 3연전의 첫 경기, 에이스 대 에이스의 자존심과 기세 싸움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사실 요즘 들어서는 설레발을 잘 떨지는 않습니다만,
팀 분위기를 추스르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이게 에이스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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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기 중에는 윤석민은 팬들을 가장 들었다 놨다 하는 어부라며, 이 쉑히는 야구마저도 그 좋아하는 낚시같이 하느냐고 까고 있었다능. 다 애정이 있어서 까는고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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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새벽녘에 2군 경기 후기를 빙자한 이상한 글이 올라올지도 모릅니다.;;;;;;
요즘 좀 울적하고,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건 물론 요즘 집안 사람들도 건강이 안 좋고 저도 꿀렁꿀렁한데,
두세명만 모이면 모두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저 좋은 일만 있길 바라며 말을 아낄 뿐이지만...
그나마 타이거즈 야구가 좀 나아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