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드로메다 - 2009/05/14 23:09
새벽에 시간을 좀더 맞춰서 물 한잔을 떠놓고 창틀에 올려놓은 채 오늘 경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생수(;)님은 이기는 경기는 주시지만 절대 정상적인 경기는 안 주시네요. ㅋㅋㅠㅠㅠ
지금 보니 컵을 올려놓은 시간대와는 별 상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기 막판에 진짜 미안하고 조마조마 했어요... 벤치 클리어링까지 나오는 통에. ㄷㄷㄷ
진민호는 홍대리한테 고마워해야할 거예요.
1루수로 있던 홍대리가 김태완의 성균관대 선배인데(게다가 성균관대는 대학에서도 위계질서 확실하고 서로 끈끈하기로 유명한 학교) 가장 먼저 뛰어나가서 뒤에서 텔미 끌어안고 덕아웃까지 데리고 가면서 계속 말리고 달랬으니까 참았죠. 하늘같은 선배님이 그렇게까지 하는데 휙 뿌리치고 뛰쳐나갈 사람은 또 못 되고.
하체가 흔들려 공이 뜰 수밖에 없는 현재 투구폼의 메카니즘상 고의는 아닌데(게다가 뭔가 보여주려고 긴장한 기색도 역력했고), 3연전 내내 텔미에게 사구가 누적되어 있었던 데다가 민호가 제일 마지막 투수로 나와서 맞힌 게 하필 운이 없기는 했지만. 에휴. ㅠㅠㅠㅠ 어쩔거냐. ㅠㅠㅠㅠ
경기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기고도 사실 마냥 기쁘지는 않지만 위안이 될 거리는 많았습니다.
일단 오늘 경기 가장 실망한 이야기부터.
양선생은 그냥 올해 내내 피칭의 달인 양선생으로 살아야겠네요. ㄱ-
무식함이 뚝뚝 떨어지는 피칭 내용을 보다가 뒷목 부여잡고 뒹굴 뻔 했습니다.
오늘 한화 타자들은 양선생의 공략 매뉴얼을 나름대로 확실히 마련하고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강한 직구를 위주로 던지는 투수를 공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요 구질을 커트하여 마운드에서 일찍 내리는 것이죠. (아마 직구와 슬라이더라는 커브 두가지 모두에 대한 커트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던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엔 늘 던지던 대로 던지는 것 같았으나, 곧 한화 타자들에게 그대로 말려들더라고요. 타자들을 자기의 리듬으로 이끌고 들어가야 하는 게 투수일진대,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좋은 투구를 할 수가 없지요.
리드하던 주장도 조금은 당황한 것 같기는 했으니 둘다 헤맸던 게 분명하지만, 전 피칭 내용은 대체로 투수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어떤 상황에서도 잘 던질 수 있고(늘 자기 입맛에 맞는 포수가 공을 받아줄 수는 없는거잖아요?) 여느 좋은 투수에서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가 될 수 있지요.
5이닝 동안 무식하게 삼진만 잡아가면서 버티자는 식으로 아마 가닥을 잡았던 것 같기도 한데.
저는 탈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고교-대학 야구를 볼 때 제일 먼저 좋은 투수를 선별하는 기준은 탈삼진 능력이고 그게 상위 리그에서 적응하는 선수인지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탈삼진을 잡는데 몰두하는 투수는 정말로 싫어합니다. 탈삼진 욕심에 팀까지 그르치는 경우를 한두번 봐온 게 아니에요. 양선생을 고교 시절 좋아했던 건 자기의 리듬으로 흔들림없이 피칭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삼진이 나와서였지 억지로 윽박지르려고 해서는 절대 아니지요.
요즘 탈삼진 욕심을 부쩍 내는 것 같은데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탈삼진 그깟, 오래 뛰면 얼마든지 쌓이는 겁니다. 통산 탈삼진 순위에서 이강철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양반은 소시적 자주 탈삼진왕 경쟁을 했으니 사실 이런 데에 거론하면 안되지만;)
암튼 이런 녀석 뭐가 이쁘다고 득점 지원 해준대요? (투덜투덜)
그래놓고도 잘됐다고 안심해서 웃는 걸 보고 뒷목 다시 한번. ㅋㅋㅋㅋ
타자님들은 이렇게나 잘하신 날까지 (내일 못 칠까봐) 걱정이 들고 있습니다만, 로페즈 팔자 상팔자는 못되게 만드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뭐. ㅠㅠㅠ 내일 일은 또 내일 가서 생각하기로 하지요.
홈런 여섯개!
김기아가 한 경기 홈런 여섯개!!!!!!!!
이런 날은 누구 하나 칭찬하기도 참 애매하네요. 정말로 다들 잘했으니까요.
영양가로 따지면 5회초에 나온 삽횽과 스나형의 홈런이 가장 영양가가 있었지요. 뒤의 홈런들은 뭐랄까,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다들 시원하게 자기 스윙 가져가며 잘 쳤는데 왠지 빛이 바랜(세상에 기아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ㅠㅠ) 느낌이 있다보니. 상대 투수가 너무나 흔들리기도 했었고요.
슬픈 예감은 틀리지도 않고 황재규는 역시나 타이거즈가 공략하기 힘든 투수였어요. ( -_-)
재규가 3회초에 김상현의 동점을 만드는 적시2루타 이후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만루에서 밀어내기 점수 한 점 이후 더 점수를 못 뽑아낸 건 참 불안한 일이었거든요. 최용규는 어떻게든 치고 나가야 겠다는 생각만 가득한 신인급 타자라 그런 상황에서 느긋하기가 어려웠고, 그 점을 이용한 한화 배터리는 더이상의 실점을 주지 않고 틀어막았죠.
한 점 차 리드의 불안한 상황에서 양선생은 무식한 피칭을 하고 있었고, 상대에겐 일발 장타가 있으니 언제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은 그 상황에서.
5회초의 삽횽의 장외 홈런은 기선을 완벽히 제압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재규가 처음 삽횽을 상대했을 때도 주눅이 든 기색이 역력했거든요. 어떤 상황에서도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던 선수가 피칭하다가 고개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을때 느낌이 왔지요. 그 상황에서 맞는 순간 뒤 돌아볼 것도 없는 홈런이 나오니 압도당한 느낌도 들었달까. 아, 역시 4번타자의 존재감이란 이런 거군요. ㅠㅠㅠㅠ
사실 장스나의 홈런도 그런 분위기 덕을 좀 본 거였습니다. ㅎㅎ
김상현을 떨어지는 볼로 돌려세우고 그나마 한숨 돌린 상황에서, 장스나가 컨디션이 최근 좋지 않다고 조금 쉽게 상대한 감도 있어요.
제가 올 봄에 시범경기를 보던 때였습니다.
유원상이 선발로 나왔던 한화 경기였죠.
그때 원상이가 장스나에게 홈런을 맞았는데요. 홈런을 맞고 어떻게든 이닝을 마무리하고 원정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원상이를 투수코치가 붙잡으면서,
"장성호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다가 몸쪽으로 살짝 꺾이는(혹은 꺾이다 마는) 공에 강하다. 그런 공을 던져주면 무조건 홈런이 나온다. 앞으로 주의해라'
라면서 조언을 했었지요. 이미 몇달 전 일이라 정확한 뉘앙스는 저것과 아~주 다르지만. ㅎㅎ;
홈런을 맞을 당시 재규가 던진 공은 아마도 한화 투수들이라면 다들 알고 주의하고 있었을, 던져주면 장스나가 무조건 홈런을 치는 코스로 들어가는 느낌이더군요. 역시 더 볼 것도 없이 라인드라이브로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이었고요.
삽횽의 선제 홈런 못지 않게 장스나의 홈런이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기 시작한 두번째 중요한 홈런이었지요. +_+
3점 차이로 지는 상황이라 불펜에게 부하가 걸려있는 한화로서는 필승조를 가동하기엔 아무래도 부담이 되었으니까요.
어제부터 장스나 타구의 질이 좀더 잘 맞아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이제 장스나가 자기 코스는 확실히 공략해나가기 시작했네요. ㅎㅎㅎ 오늘도 해설자가 손이 덮고 나오기는 하지만 타구의 질이 확연히 좋아졌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지요.
역시, 클래스는 어디가지 않는 법입니다. 그렇지요? +_+)/
그 뒤는 대체로 파이어쇼. -_-)
삽횽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고개를 끄덕하던 지완이가 바로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친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고, 그것 외엔 다들 너무 잘 쳐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게 없군요. 소총부대 이야기를 듣는 타이거즈에서 그나마 홈런 칠만한 타자들은 거의 다 홈런을 쳤다는 느낌 정도.
(이렇게 홍대리, 주장, 일목촤 및 오늘 호투해준 영민이가 묻혀갑니다.;;;; 이런 게 아닌데 ㅎㅎ;)
아, 조금이나마 쉬고 나온 안치홍이 드디어 무안타 행진을 끊고 안타를 기록한 것도 있군요.
작년까지만 해도 볼살이 통통하던 애가, 비록 젖살이 빠진 기색도 있긴 있으나, 광대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침울하고 수척해진 게 마음에 걸렸는데 그나마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ㅠㅠㅠㅠ
오늘 너무나 많이 친 나머지 내일은 로페즈가 맨날 주자 없어 타점이 부실한 삽횽처럼 실속없는 거지왕에 당첨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게다가 상대는 연승 중인 슥흐. ㄱ- (먼산)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오늘은 그래도 평소보다는 좀더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 우리가 4위로군요. ㅠㅠㅠㅠㅠ 얼마만의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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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군 경기 관전기는 아마도 새벽에 완성되어 올라갑니다. (밀린 답글도 그때쯤에나;;;)
2군도 한화와의 경기였는데, 이쪽 경기는 홈런으로 졌습지요. 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