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던 게 구체화되기에 적어보아요 - 2008/11/24 04:36
저는 말을 하다가 생각이 막히는 곳이 이어지고 깨달음을 얻은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얻은 깨달음을 따로 기록해두지 않는한 오래 가지 않아서 문제일 뿐.
어제 지인과 만나서 오랜만에 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한 가지 얻은 게 있습니다.
저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신군을 좋아했어요.
이유를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야구가 좋다고 상기된 얼굴로 던지던 게 좋았다고는 하지만) 이제 안 것 같아요. 근 5년만에 이유를 알게됐다니.
같은 해에 입단한 ㄱㅈㅇ에 비해 가렸더라죠.
사람들이 그렇게 ㄱㅈㅇ 물고 빨고 할 때, 확 에이스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착실하게 내실을 쌓아가던 신군은 최고로 좋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제가 보기엔 충분히 괜찮은데.
- 제가 처음 의식하고 봤던 시즌은 중간으로 11승한 시즌이니 좋아보여야 마땅하지만.
동정하는 게 아니고 제 성향상 그런 코드에 워낙 끌리는 것 같아요.
좋은데 감춰지는 것. 별다른 이유 없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가끔은 괜스레 싫다는 사람 많으면 더 좋아지기도 하고. = _=
아무리 자기가 좋아서 계속 나왔다지만, 새내기 시절부터 길게 보고 키우는 선수 대접은 별로 못 받고 거의 소모품에 가까운 느낌으로 살인적으로 던진 것도 사실이죠.
예전엔 정말 한 맺혔죠.... 폭발도 많이 했고.
지금은 너무 보다보니 내성이 생겼는지 좀 덤덤해지긴 했지만요. (일단 지금은 눈앞에 없기도 합니다;;)
그렇게 너덜너덜한 팔꿈치를 해가지고도 타이거즈가 제일 좋다는 바보인 것도 사실이죠.
이젠 좋다고 웃으면서, 자기 돌아올 때까지 우승하지 말라고 저주도 할 정도로 많이 컸고. - _-);;
지금은 스스로가 힘들어하던 때에도 금방 이겨내고 돌아와 팀이 어려울 때 굳건하게 버텨주었기 때문에 팬들 평가가 많이 올라갔고 구단도 조금은 알아주는 것 같으니 다행이랄까.
그러니 바로 얼마전에 돌아다니면서 틀드 떡밥에 스트레스 받으며 미친듯이 새로고침하던 그 때,
신군을 트레이드하자!는 얘길 꺼내시는 분이 있었다는데 무심한 제 눈으론 직접 못 봐서 다행이에요.
...너무 막 굴려서 눈에 띄는 실적도 없고 부상경력도 많아서 팔아봐야 제 값도 못 받아요, 님들. lllllorz
새삼 이런 얘길 하는 이유는,
글쎄요. 왜 좋았는지 알아낸 게 신나서가 아니라.
이런 해온 것에 비해서 귀히 여기는 사람이 적은 계보가 팀내에 확고히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랄까요.
그만 모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성역이랄 게 없는 구단과 팬이긴 하지만 하는 것 이상으로(확실하지도 않은 걸로) 비난은 그만 합시다.
그간 계속 한 맺혔던 게 있었는데,
새벽이고 저도 글쓰다보니 괜히 감정이 격하고...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 써볼까요.
첫번째 장스나. 감독마저 어쨌든 내년 구상은 1루에 박겠다고 했으니 팬들은 뭐라고 글만 쓰면 장스나 외야로 그만 돌리시고요. 구단은 대진성, 종국성 이후로 팀에 가장 오래 있었던 선수가 귀한 줄을 압시다. 저 진짜 장스나가 내년에 팀 떠날까봐 겁나거든요?
(그리고 구단은 장스나에게 모질게 대한 걸 꼭 사과합시다. 대표했던 감독 및 코칭스탭의 납득이 갈 해명도 물론이고요. 10년을 넘게 쪼아댄 팬들은 할리도 없는 사람들이니.)
두번째 김포수. 제발 주전포수는 일목촤라는 얘기는 아직은 섣불리 꺼낼 화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봐요.
일목촤의 반년은 눈부셨지만 철밥통이라고 욕먹던 김포수의 지난 9년도 생각보다 아름다웠어요.
김포수가 백업 없어서 더블헤더 두 경기를 혼자 다 뛴 적도 있고요.
지난 날 버텨준 것만도 고맙지만 자기가 현실에 안주했다고 더 열심히 하려는 선수인 것도 사실이에요.
세번째 김종국. 내야수 트레이드 반대할 때만 김종국으로 내야가 땜빵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 말죠?
포기하면 편해지는 것도 있거든요. 젊은 시절부터 그렇게 공격력 후달린다고 물고 쪼았으면 이 나이 들어서 개안할 것도 없다는 걸 이제 순응을 해보던가요.
평소엔 그렇게도 쪼더니, 이럴때만 김종국으로 땜빵하면 1년은 버틴대. ㅋㅋㅋㅋㅋㅋㅋ
자기 필요할 때만 갑자기 대안이 되는 것도 어이가 없어서 원.
팬들이 일고 출신들은 다 잡았어야 한다고 지명 제도상 잡을 수가 없었던 유망주들 놔두고 입맛 다시며 민폐 끼치는 것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긴 하지만, (정찬헌처럼 대놓고 삽질하다가 놓친 선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선수들도 많다는 걸 언제쯤 이해할런지...) 일고 출신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다 거짓부렁.
일고출신이라도 아무리 할만큼 해도 3할 못치고 수비도 끝장나게 잘하는 것 아니라서 자기들 눈에 안 차면 다 내놓은 아이죠.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켜봤는데 기대치에 못 미쳤으니 혹독하게 까도 된다는 변명 따윈 넣어두시고요. (도대체 김종국은 그런 변명으로 까는걸 정당화시킨 게 몇 년입니까? 이젠 강산도 한 번 변했거든요?)
야구가 엘리트 열명 다 가지고 할 수 있는거면 그건 야구 만화도 아니고 판타지 격투 만화라는 현실 좀 깨달아봅시다. 네?
글이 종잡을 수 없이 변하는 건 생각나는대로 써서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러나 대나무숲이라도 여전히 못하는 이야기가 있지요, 서글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