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3연승 - 2008/08/31 00:10
평소에도 과하게 발랄한 범석이가 자기 선발 경기라면 또 얼마나 설치고 다닐까 생각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야구장에 있었습니다.
...물론 내일은 절대 안 갑니다. 저도 이젠 살아야지요.
오늘도 한기주와 장원삼의 사인회가 있었지만 한 4년 전엔가 모님이 소심한 저 대신 기주 사인을 받아다 주셨던 기억이 있어서 역시 얄팍한 근성으로 스킵. 물론 그 사인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 책상 서랍을 정리해봐야 압니다만.;;;
오늘은 어제보다 더웠고 비가 올듯 말듯 후텁지근한데다 바람까지 불어주지 않아서 안 그래도 없는 근성이 창호지만큼 얄팍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_ㅠ
밖에서 사인회는 있었지만 석민, 용규보다는 기주가 그나마 사인 받기 쉬운 선수이고(물론 셋다 어렵기는 징하게 어렵습니다-_-;;; 다들 자기 차가 있죠) 둘이 아닌 혼자 뿐이라 경기장 내엔 사인 받기를 포기한 관중들이 바글바글. 만원관중 공포증이 있는 타이거즈가 슬그머니 불안해졌는데 역시나 불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겨서 망정이지 소득없는 경기가 될 뻔 했네요.
경기 전체 이야기는 스킵하고 몇몇 순간들만 이야기해 봅니다. =_=
경기 들어가기에 앞서 양팀의 친목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시간.
이택근이 그나마 스윗한 성격이라서 어울려줘서 다행입니다. 대화 하다가 헤어지면서 용큐도 활짝 웃기는 웃더랍니다만.
장스나는 경기 전 타격감을 맞춰보기 위해 일목촤를 또 파트너로 선택했습니다.
이상하게 요즘 기분이 좋아 늘 환하게 웃고 다니는 일목촤는 주장님의 선택에 그러마고 선뜻 글러브를 끼고 나왔는데, 마침 특타를 마친 히어로즈 선수들이 장스나 옆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타이거즈 모두와 상당히 절친한 강귀태와 이택근이 그들 중에 있어서, 장스나와 아주 다정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주장님, 이미 나와 있는 일목촤는 어쩌자고요.;;;
선배가 불렀으니 다시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글러브를 끼고 서서 멋쩍게 웃더라고요. 그냥 인사만 나누고 말 줄 알았던 대화가 은근히 길어지는 통에, 역시 특타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고교 동기 권도영이 엉거주춤 서있는 일목촤를 풉 하고 비웃고 지나갔습니다.;;;;;;; 아, 갑자기 눈에서 땀이. -_ㅠㅠㅠㅠㅠㅠ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지완이는 여전합니다. 파트너가 또 최태원 코치였어요.;;;
받아주는 사람이 많이 움직일 필요 없이 타구를 정면으로라도 줬으면 모르겠는데 최태원 코치는 높이 솟구치는 바운드를 잡으려고 점프도 여러번 했습니다.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옆으로 난사한 건 말할 필요도 없고요. 최태원 코치가 씩 웃는 것 같긴 한데; 그게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라는 건 먼발치에서도 느껴지는 기분. ㅎㅎㅎ;
그래놓고 안타를 치긴 쳤으니 징크스 때문에라도 최 코치님을 또 택할테고 코치로서도 들어줘야 할 입장일 것인데, 그걸 잘 활용하는 저 괘씸하고 머리 좋은 돼지 보라죠. -_-;;;;;
오늘도 지완이 바지는 또 마음 좋은(?) 주장님의 배번 1번이 박혀있는 바지.
자기 바지는 역시 최근 살이 쪄서 터졌던 모양입니다. 어제 오늘 모두 주장님 바지를 입고 나오는 게... 혹시 쌔끈한 번호 1번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장스나 같은 위상이 되라고 말한 건, 장스나 배번을 뺏으라는 얘기가 아니었다고요. ㅎㅎ
첫 타석에서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홈런성 타구를 하나 날린 것 말고는 딱히 엄청나게 잘한 게 아닌데도, 지완이는 왠지 잘한 것 같습니다. 수상합니다.
역시 첫 타석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게 컸던 것 같은데, 별로 힘들여 친 것 같지 않은데도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날아가는 타구의 질이 워낙 좋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본인의 타격폼이 제대로 완벽하게 이루어진 상황은 아닌 것 같았는데 순간적으로 손목만 돌려 컨택하는 듯한 배트 컨트롤이 정말 좋았어요. 맞는 순간 홈런일 거라고 생각한 덕아웃의 몇몇 선수들은 일어섰다가 잡히는 걸 보고 아쉬워하는 게 보였을 정도.
어제 경기에서도 1회에 경기장에 출근했다가, 경기가 길어질 듯 하자 바로 도망가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머리 좋은-_-+ 서재응은 오늘도 출근했습니다. 근데 어라? 매번 정면에 나오지도 못하고 뒤에서 닌자처럼 숨어서 야구 보다가 칸베 영감 이하 코칭 스탭에게 멋쩍게 웃으며 인사나 드리던 그가 오늘은 연습복을 갖춰 입고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어제는 색깔 잘 빠진 예쁜 청바지를 입고 왔던 것과는 대비가 되는 모습이었는데요.
최근 2군에서의 피칭 기록도 있으니 혹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것인가 하고 누가 대신 내려갔을까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요. 대상으로 거론되었던 장문석, (그리고 어제 안 좋으셔서 몸 관리라도 들어갈 수도 있었을) 대진성이 모두 덕아웃에서 눈에 띄는 겁니다. 그렇다면 확장 엔트리 시기인가 했는데 확장 엔트리는 보통 9월 1일에 적용되는 건 팬인 제가 잘 알지요.
...그렇다면 1군도 아니면서 비좁은 덕아웃 및 불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는 얘기. -_-;;;;
그는 오늘도 바지런히 덕아웃과 불펜을 오가고, 종종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인 덕아웃 기둥에 기대고 서 있으면서 응원단장을 자처하더라고요. 거의 매일 보는 건 좋은데 도대체 언제쯤 투수로 등판한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구단직원 서씨를 원망했습니다. -_ㅠ
과자는 경기 중에도 모두들 잘 먹는 것이니(어제도 덕아웃에 과자로 추정되는 봉투가 이 선수 저 선수 손으로 돌아다니더라고요;) 핀트가 이상한 것에는 신경쓰지 맙시다. ㅎㅎㅎ
9회 초에 보니, 선수들이 모두 수비하러 나갔는데 덕아웃 의자가 바글바글했던 게...
서재응 말고도 곽정철, 박경태, 조동현, 문현정 등의 2군 선수들이 상당수가 덕아웃에 있었습니다. 곽정철과 박경태는 이미 글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최근 2군에서 가장 키워볼만한 투수들이고요. (우리 정태 이 바보자식은 내내 괜찮다가 이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아픕니다 ㅠㅠㅠ) 조동현과 문현정도 뒷목 잡으실 분은 계실지 몰라도 2군에서의 성적은 괜찮았던 편.
멤버 구성을 보고 생각한 게 '아마도 9월 1일에 있을 엔트리 확장을 대비하여 최종적으로 2군 선수들에게 테스트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였는데요. 그러려고 불렀겠죠? 경기 끝나고 돌아가는 상황을 마저 지켜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경기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이 울리고 의외로 초구를 변화구를 던지며 시작한 범석이는, 잘 던지기는 잘 던졌지만 예전처럼 똘기충만 명랑활발한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경기 시작전 있었던, 가장 빠른 구속을 기록한 팬에게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에서 우승하신 팬이 수상 소감으로 '저 오늘 선발로 나가고 싶어요'하고 농담을 하셨던 걸 뒤에서 몸 풀다가 듣고 화라도 난 걸까요? ㅎㅎㅎ
농담이지만 그간 경기장이 좁을 정도로 활개치고 다니던 범석이 같지는 않아서, 경기 내용도 찌질한데 위안 받을거리마저 별로 없어 힘들게 경기를 봤던 것도 있긴 있습니다.
경기 중반쯤 나름대로 이닝을 잘 마치고 돌아와 불펜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불펜 의자에 늘어져있던 디아즈가 손을 내밀기도 귀찮아하자 굳이 멈춰서서 눈앞에 대고 손을 흔들면서 하이파이브 안 해주면 안 들어가겠다고 기어코 장난치던 모습은 있었습니다만. -_-;;;;
범석이가 죽어도 안 들어갈 것 같이 굴고 있으니 디아즈가 아주아주 귀찮아하며 손을 슬쩍 내밀자, 탁 치고 훗 하고 웃으면서 들어가긴 하대요.
요즘 디아즈 보면 불펜 의자를 비치 의자처럼 활용하던 원조 나무늘보 정가든씨가 생각납니다. 디아즈도 외국인 투수인데 너무 타이거즈에 급속 동화됐어요. (먼산)
뻘소리만 해댔으니 경기 이야기를 1g이라도 섞자면...
오늘 경기에서는 초구에 120킬로대의 슬라이더를 던지며 시작했을 정도로 범석이의 변화구 비율이 의외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직구 위주의 투 피치로는 선발로 롱런하기 힘드니 아무래도 자기 계발을 하려는 모양인 것 같습니다. 뭐, 올림픽에서 기주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는 더 잘해야겠다고 신중하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겠죠. ㅎㅎㅎ
그게 아니라도 사실 직구 제구가 평소보다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구위도 아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던 정도이고요. 예전에도 중간에 나와 어설픈 스플리터 던지다가 홈런을 맞고 경기를 패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약간 높은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홈런을 맞고 패할 위기까지 갔지만... 그래도 변화구를 좀더 구사해보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고 싶네요. 언제까지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전력으로 상대할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나름대로 신중해진 범석이는 지켜보는 재미는 없지만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생각하면 약간의 재미 정도는 포기하는 게 맞겠죠.;
문제의 8회말. 타격감이 요즘 좋지않은 김상훈 타석에 대타로 나온 채종범은 2-2에서 몸에 공을 맞고 사구로 나갔습니다. 안타만 조금 쳤지 사사구라곤 하나도 없었던 타이거즈의 (사사구는 아니긴 해도) 첫 사구였죠.
무사 1루에 한 점 차이로 뒤지고 있으며 타석에는 김선빈이니 여기서는 닥치고 번트 ㄱㄱ죠.
모두가 번트라는 걸 알고 있는 상황인데도 당황한 조용훈이 폭투로 2루를 허용,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투수가 송신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나마 상대가 조용훈이라면, 1루에서 2루로 보내는 번트라면 나았을 것인데 아무래도 좀더 노련한 투수이고 2루에서 3루로 보내는 번트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라 선빈이는 아주아주 번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전 코치인 최태원 코치는 선빈이를 불러다가 감싸 안으며 용기를 불어넣어줬는데;(실은 작전 지시를 했는데) 그걸로는 모자랐던 모양. 선빈이가 왠지 애처롭게 대기 타석에 들어서 있는 용큐를 쳐다보더라고요. 잘하고 있는 선배에게서 뭐라고 조언을 더 듣고 싶었나봐요. 그런데 까칠한 용큐님은 선빈이와 아이 컨택트도 해주지 않더군요. ㅎㅎㅎㅎ 심지어 선빈이가 그럼에도 계속 쳐다보는 것 같자 획 돌아서서 뒤를 보고 스윙을 하기까지. _-_;;;;; 역시 용큐는 연상의 남자(?)가 좋지 어린이는 싫은 것인가요.
보다 못해 뒤에 서있던 종국성이 선빈이에게 번트 잘 대라고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만 번트 실패.
투 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선빈이는 1루쪽 방송 카메라쪽으로 향하는 파울을 쳤습니다. 1루로 달려가다가 파울인 걸 알고 시무룩하게 돌아오려는데, 그전까진 선빈이와 상대도 해주지 않던 용큐가 선빈이의 배트가 부러지진 않았는지 친히 점검해주고 배트를 건네준...게 아니라 타석에 꽂아두고 휭하니 돌아섰습니다.
3루 쪽에서 그거 보고 얼마나 미친듯이 웃었는지. ㅎㅎㅎㅎㅎㅎㅎ
어린이가 기대는 건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용큐도 선빈이가 아주 싫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하긴 선빈이가 모든 선배님들의 막내둥이 업둥애기 수준으로 사랑받는데 오죽할까요. 까칠한 용큐다운 후배사랑법(;)이었어요.
과잉친절(?)은 화를 부르고 선빈이는 안타깝게도 번트 실패에 이은 폭삼. _-_
용큐가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이미 대타로 예비되어 있었던 종범성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멋진 2루타가 이 상황에서 나왔지요.
용큐는 멋진 놈이라고 했지요? 선빈이도 (비록 오늘은 안 좋았지만) 찬스를 살리려는 본능적인 건 있다고 했지요?
그래도 종범성의 스타급 센스는 아직도 그 녀석들이 따라오기엔 너무나 멀리 있는 것 같습니다. ^^ 최근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대단했어요. +_+ 저도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팬들의 환호에 경기장이 떠나갈 것 같았지요.
용큐가 3루를 돌다가 약간 멈칫하는 통에 주루코치가 주자를 무리해서 돌리지 않았는데 그게 좀 아쉽긴 했습니다. 어느 선후 관계인지는 재방을 돌려보지 않은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용큐의 잦은 주루사가 신경쓰이는 건 선수와 코치 양쪽 모두가 마찬가지였겠죠.
사실 홈으로 들어왔어도 되었다고 봤는데... -_-; 들어왔다면 경기가 더 호쾌해졌을텐데 아쉬워요.
1사 주자 2, 3루에서 이제 장스나만 기대하면 되겠지, 하고 있었는데 잊고 있었던 '고의사구'가 나와서 좀 멍해졌습니다. 아직도 4번타자는 네번째 나오는 타자라는 게 왠지 원망스러워요. 최근 장스나가 잘 맞기 시작한 건 좋지만 타선의 한두명만 괜찮고 나머지는 허수아비에 가까운 모습을 보는 건 지겨울 수밖에 없죠.
최희섭이 역전 희생플라이를 치긴 했지만 좌익수가 공을 잡으며 넘어졌던 덕이 컸고, 팬들의 뇌리에 남는 임팩트도 상당히 약했습니다. -_ㅠ 역전타점인데 기쁘지 않은게 배가 부른 건 아니겠지요?
어쨌거나 경기를 이기긴 이겼는데, 이기고 나서도 목이 바작바작 타들어가더라고요. 왠지 답답한 마음.
연승하기도 이렇게나 힘들어서야... 한 단계만 더 오르는 게 제 소원인데 그게 맘대로 될지는. -_ㅠ
오늘의 황폐한 마음에 한줄기 빅 재미;가 되었던 데이비스 3종 세트 사진 올려드립니다. -_-
요즘 보면 디아즈보다도 망가짐이 더한 의외의 캐릭터 되겠습니다.
두번째 사진의 상황은 위에 적은 게 있지만, 귀찮아하는 디아즈에게 기어이 하이파이브를 강요하는 범석이 부분이 옆에서 펼쳐진지라 일부러 길게 잘라붙였습니다. ㅎㅎㅎㅎ (정작 어쨌든 석세스;가 되는 중요한 부분이 없더군요 -_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