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고 : 광주제일고 경기를 보고 와서  -  2005/04/16 22:34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관전기가 아야사파울볼에 동시에 올라왔네요.
그래도 꿋꿋하게 써봅니다. -_-a
쓰다보니 내용없이 깁니다. 스크롤의 압박을 피하고 싶은 분은 '뒤로'를 누르세요.

오늘 경기의 승자는 이전부터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불길한 예감에 '화룡점정'을 하는 대형 사건이 일어났으니... 제가 교감을 본부석에서 만나고야 말았다는 겁니다. ㅠ_ㅠ

* 교감 = 4년전 꿈많은 여고 시절, 모든 아이들에게 악명을 떨쳤던 교감선생님. 특기는 자습하고 있는데 스르르 창문 열고 지켜보면서 음흉(..)한 웃음 짓기. 복도를 지나가다가 먼지 보이면 아무 아이나 불러서 청소하라고 시키기.
현재 광주제일고의 교장으로 계시며, 저는 그것을 보고 진심으로 일고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_ _);;

입장할 때부터 KBC 광주방송 차가 입구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교감까지 상경했을 줄은. -_-; 다행히도 교감은 야구에 큰 관심이 없는지 곧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한번 꼈던 악운은 경기 끝까지 일고를 지배했습니다. 그 탄탄하던 일고 수비수들이 범한 실책 수를 보십시오! 이런 것을 '교감 효과'라고 하는 겁니다!! 일고 선수들도 교감한테 훈화말씀 듣고 넋이 나간 것이 틀림없어요!!! (<-전혀 관련없는 사건을 연관시키기;;; )

어쨌든 인천고의 야구 열기는 굉장했습니다.
아마 야구 보러와서 표 사느라 줄 서보긴 처음이었지요. (무려 두 분이나 앞에 계셨음;;;) 많은 수의 인천고 동문들이 오셨고 인천고 학생들도 외야에서 열심히 응원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팀이 강하지 않기가 더 어렵지요. ^^

럭키볼을 각각 1루와 3루의 관중석으로 던지면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본부석에 있어서 못 받았습니다.;)
일고의 선발 투수는 2학년 김훈석 선수, 인고의 선발 투수는 세이브된 에이스 3학년 김성훈 선수였습니다.
나승현 선수가 어제 엄청난 수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김훈석 선수가 어느 정도 일고 마운드의 숨통을 틔어주기를 바랐지만 볼만 연속해서 9개를 던지고 물러났습니다. 아웃 카운트를 하나 잡기는 했지만 그것은 포수인 강정호 선수가 도루를 저지하면서 잡아준 거였지 투수의 능력이 아니었죠. 그리고 포수였던 강정호 선수가 마스크와 장비를 조성원 선수에게 넘겨주고 마운드에 올라오게 됩니다.

강정호 선수는 포수가 없는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포수를 보고 있지만 실은 내야수입니다. (ROCINANTE님의 관전기에 따르면 3루수) 거기에 투수도 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것은 오늘 처음 보았습니다.
확실히 나쁘지 않더군요. 3회초 실책성 플레이와 실책이 겹치면서 3실점을 하는 불운을 겪었고 상태 좋지 않은 에이스를 떠받치기 위해 9회초 한번더 마운드에 올라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 해주었습니다. 무자책인걸요. ^^ 기록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스피드를 물어볼 주변머리가 없어서 구속은 모르겠지만(오늘은 혼자 봤죠^^;;;) 김성훈 선수보다는 좀 느린 정도였던 듯. 투구하는 폼 같은 것은 약간 어색해보였지만 의외로 괜찮은 변화구도 갖고 있었습니다. 오늘 경기 내내 프로텍터 벗고 마운드 올라가랴, 다시 프로텍터 착용하랴, 또 벗고 마운드 올라가랴 고생 많이 했습니다. 주장으로서 강한 책임감을 보여준 선수입니다. 정말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일고의 안방은 전문 포수가 아닌 두 선수(강정호, 조성원)가 꾸려나가기 때문에 별로입니다.;; 조성원 선수가 마스크 쓰고 있는 내내 정말로 불안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_- 강정호 선수도 불안하지만 그래도 블로킹하는 것이나 2루로 송구하는 것이나 조성원 선수보다는 낫습니다. 강정호 선수가 일고의 마운드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는 건 좋지만, 그렇게되면 조성원 선수가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이 생기죠. 1학년생 포수인 윤여운 선수, 빨리 성장해주세요. ㅠ_ㅠ

워낙 호남 연고 경기만 챙겨보는 편이라 인천고의 에이스 김성훈 선수는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는 처음 봤습니다. 완급 조절이 좋은 투수입니다, 확실히. 처음 보고 느낀 것은 '변화구는 괜찮은 것 같지만 어떻게 된 것이 소문보다는 평범한 것 같다'였습니다. 그런데 위기를 느꼈을 때마다 어김없이 들어오는 강한 직구. 속도도 좋고 볼이 주는 힘도 엄청납니다. 그 직구의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광주일고의 조성원 선수가 한기주의 150 직구를 제대로 받아쳐서 안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선수마저도 예의 직구가 들어오면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더군요. 그동안의 투구 패턴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럴거라고 생각은 하지만요. '기교파 투수로군'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들어오는 직구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어쨌든 일고의 타자들도 대단하죠. 이런 김성훈 선수에게 3점이나 뽑아내다니.
1회말의 실책성 안타까지 포함하여^^;; 모두들 나름대로 분전했습니다. 게다가 김강 선수의 홈런까지!

에이스의 혹사 측면에서 본다면 김강 선수의 홈런은 좋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3 : 2 때만 해도 나승현 선수는 재킷을 벗지 않았습니다. 사실 2회초부터 나승현 선수는 3루쪽에서 꾸준히 러닝을 하고 있었답니다. 여차하면 투입시킬 수 있게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강정호 선수가 실책 이후 흔들려서 3실점을 할 때만 해도 오늘은 안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일고 선수들이 마약 야구를 배웠나봅니다.;; 한점 따라붙으니 나승현 선수가 슬슬 공을 던져보기 시작하더군요. 6회에 홈런이 터지자 재킷을 벗고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7회에 마운드에 올라왔죠. 그는 더이상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서 일고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투수이니까요. 어제의 완투때문에 몸이 좋을 리가 없었고(게다가 감기도 걸렸다는데) 야수들의 실책에 폭투까지 겹치면서 2실점을 했습니다만 오늘의 나승현 선수는 마운드에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제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게다가 유사시를 대비해서 1루로 물러나서 계속 수비도 보고 타석에도 들어섰고요. 9회초엔 호수비도 한건 했죠. 이런 선수를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글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김강 선수를 탓하려는 건 아니에요. (홈런 타자를 탓하다니..;;;)
비록 오늘 1루에서 굉장한 수비(...)를 보여줬고 중반 이후에 무려 우익수로 나서서 포수 조성원과 더불어 제 심장을 여러번 들었다 놨다 했지만, 홈런으로 여전히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대회 내내 팀을 위해 안타 하나 쳐내지 못해서 정말 안타까웠는데, 김성훈 선수의 공을 시원하게 받아 넘겨버리더군요. 일고 응원하시는 동문들이 얼마나 들뜨셨는지에 대해서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 홈런 덕분에 오늘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정말 행복했답니다. ^^

인고 이야기도 조금.
어느 순간부터 제 눈을 사로잡았던 선수가 있습니다. 3루를 보는 김진우 선수요. 타이거즈의 모 투수와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대단했던 수비 실력 때문입니다. 수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부단히 움직이면서 엄청나게 넓은 범위를 안정적으로 커버하는 모습을 보니 수비를 잘 한다는 소리가 안 나올 수 없었습니다. 인고의 3-유간은 정작 유격수보다는 이 선수 때문에 물샐 틈이 없었습니다. 유격수 쪽으로 좀 치우친다 싶은 타구도 먼저 대시해서 잡아내고요. 비록 타격은 다른 선수에 비해서 조금 뒤떨어지는 편이었지만(그래봤자 아주 조금;) 수비 실력만으로도 가치가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야 수비는 2루 다르고 3루 다르고 유격수 다르다지만, 유격수를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2학년인 김남형 선수가 유격수를 보는 것이 좀 의아해지더군요. 유격수같은 3루수 전문인가봐요.;;;

오늘 4번으로 나왔던 박윤 선수. 제 바로 뒷자리에 박윤 선수의 이모님이 앉아계셨습니다. -_-; 작년 봉황대기 때 한참 선수들 촬영하고 있던 중 들은 '아따~ 기주엄마, 어떻게 저렇게 멋진 아들을 두셨다요~?(동성고 부모님 曰)'만큼이나 충격이 컸습니다.;;; 사실 선수 부모님이 근처에 계시면 선수한테 관심을 갖게 됩니다. 나올 때마다 이모님의 응원과 함께 주의 깊게 봤는데 정말로 타석에 나올 때마다 잘 하더군요. -_-a 대형타자의 재질을 갖고 있는 듯. 안타의 질도 괜찮고요. 좀 통통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파울볼의 관전기를 읽어보니 그것도 살을 뺀 거라네요.;;;

하위타선에 놓기엔 너무 아까웠던 김재환 선수. 지금 선수 명단을 보니 원 포지션은 포수랍니다. 청소년 대표 포수인 이재원 선수에 밀려서 아마 고수님들께도 제대로 얼굴 도장을 못 찍은 모양입니다만, 1루수로 출전하여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박윤 선수와 더불어 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일고의 투수들을 걱정했습니다. -_-a 중간에 한번 번트를 댔는데, 그냥 믿고 강공으로 가는게 나았을텐데 하는 속편한 생각도 했지요.;;; (한 점 내기 어려운 아마야구에서는 요즘은 주자 나가면 번트 대는 것이 정석입니다.;)

경기 결과는 아시다시피 5 : 3으로 인천고가 결승에 올라갔고요.

너무 추워서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몇 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경기 후반부에 열혈 인천고 학생들이 웃통을 벗고 외야에서 몸으로 '인천고' 글자를 만들면서 응원을 했답니다. 인천고 동문들은 그걸 보시고 박수를 치며 열화와 같이 성원을 해주셨고요. 단국대였던가 건국대였던가 하여튼 그 학교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인천고도 대단합니다. ^^

양 팀의 경기 정말 재밌게 보았습니다.
막판에 일고 투수들이 여러번 교체되고 대타로 서건창 선수가 들어서면서 수비 위치가 엄청나게 바뀌었는데 맨처음 선발 오더와 마지막 수비위치 비교해보면 굉장합니다. -_-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와있지 않나 1루수가 우익수로 가있지 않나 우익수가 포수로 가있지 않나.; 심심하면 찾아보세요. ^^;;; 아마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 아닐까요.

2005/04/16 22:34 2005/04/1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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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eroHour | 2005/04/17 07: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교감'을 키워드로 넣어보시는건..흐흐. 아, 그러면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이라는 말 쓸 때도 밑줄 그어져서 곤란하려나요..

  • 채니 | 2005/04/17 18: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영시님/ 흐흐;;; 교감 이야기가 다시 나올 일은 없어야죠. 나오면 대략 낭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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