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이가 호투한 날은 기록을 짧게라도 남겨놔야 할 것 같아서 다시 보기 돌려보고 적어봐요.

5이닝을 마치고나니 터져나오는 소감은 역시 막둥이.
얘가 타이거즈 내에선 좀 특이한 캐릭터인 게, (구)현대에 강했더라죠.
김재박은 엘지 감독이 되었지만 타이거즈에 강한 타자가 즐비해 있어서 그리 쉽지 않은 팀이었고, 게다가 막내가 등판했던 날은 3연전에서 앞의 두 경기 캐발리고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어야 했던 경기였습니다. (덧붙여 아직 현대가 그리 무너지지 않은 느낌이던 시즌 초에, 무려 프로 첫 선발 등판)
단 한 경기였지만 그날 경기로 팬들에게 임팩트를 어느정도 남겼고 가능성을 인정받았지요.
물론 그때만해도 쉬울것만 같았던 1승을 하기 위해, 아주 멀리 돌아가야했던 데뷔 시즌이었지만.
작년 현대에 비해서도 전력의 손색이 있는 상태이고 왠지 못할 것 같지는 않았어요.

체인지업을 많이 실험해봤다고 하는데 잘 먹히더라고요. 직구는 그다지 빠르고 날카롭지는 않았으나(나중에 감독 인터뷰에서도 그런 얘기가 있더군요... 하긴 구속도 중요한데.) 대체로 낮게 잘 형성되었고 체인지업을 섞는 타이밍도 좋은 듯 했습니다.

다만 잘 던지다가도 갑작스레 자기가 자충수를 두고(=에러를 하고;) 제구가 이상해지는 건 우리 투수들 스타일이 되었는지. 대놓고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방망이 돌리라고 던져줬던 공은 그때의 타자가 허준이 아니었더라면 큰일 났을 듯 합니다. 굳이 정상급 선수들이 아니라도 황재균이나 강정호 등도 펀치력이 아주 좋은 선수들이니까요.;;; 좀더 신경을 써야겠지요. 너무 신경써도 스트레이트로 볼만 여섯개씩 꽂게되니 적당한 선을 지켜서.

현종이 잘 던지는 경기에서 도와주는 횽들 하나 없는 건 해가 바뀌어도 여전하더라고요. ㅎㅎ
나름대로 체인지업도 장착해서 완급조절하는 투구하는 모습까지 보태어, 제 2의 석민이 탄생이 예고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마침 2년차입니다. -_- 이제 3년차가 되면 너도 에이스!! 대신 눈물로 베개를 적셔야하는 강력한 부작용이 있지만요. (쿨럭)

마냥 해사하게 웃는 소년 느낌이라 정색을 해도 귀엽기만 하던 양현종이었는데,
문득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타자를 응시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와 해가 하나 바뀌었다는 걸 실감했다는 뒷 얘기. 그래도 아직 기쁨 주고 사랑 받는 눈화들의 막둥이지만요.

관중 수 헤아리기 신공이라는 말을 종범성 이야기하면서 자주 하는데요.
똑같은 말을 다른 의미로 써야겠습니다. 최용규. -_-;;;
대략 관중이 1만명을 넘겨야 힘을 내며 날아다니는 종범성.
관중이 100명을 넘지 않아야 떨지 않고 자기 실력이 드러나는 용규.;;;;
야구장이 고즈넉하더군요. 어딜 비춰도 관중이 없으니 중계진이 관중석을 잡아주는 걸 아예 포기했던 날이었습니다. 아, 관중이 100명을 넘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용규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더군요.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2루 도루까지 성공했지요.
그리고나서 연이어 견제사를 당하는 것도 너무나 용규 다워서. -_- 어딘가에선 흐름 끊었다고 씹혔을지도 모르겠지만, 용규의 몸 개그 본능이 드디어 나오는걸 보니 전 프로에 조금이나마 적응한건가 싶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세번째 타석에서 뻔한 투수 땅볼을 치고도 전력질주해서 이날 경기의 유일한 점수가 나는 계기도 제공했고, 여러모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네요.

시범경기 첫 타석에서 달달 떨던 모습으로 미루어, 기회가 쉽게 주어지진 않겠다 생각했는데요. 용규가 조범현 감독에게 좋은 쪽으로 눈도장을 받고있었나 봅니다. 유틸리티로 쓰는 쪽으로 구상하고 있는지 이리저리 써보는군요. 물론 흔한 유틸리티와는 달리 본업은 3루, 외야 알바(우익수), 1루 알바라는 이상한;; 포지션 소화이긴 합니다만. 거기에 더해 2루(타이거즈에서 가장 박터지는 포지션이지만;)도 괜찮다고 하니 나름대로 기용폭이 넓습니다.
1루에 들어간 모습을 봤는데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이건 심재학, 이재주 등등의 1루 수비를 경험한 자의 여유이긴 합니다 =ㅅ=) 바운드가 어렵게 오는 송구가 두 건 정도 있었는데 약간 어색하지만 잘 걷어내줬고요. 수비 범위는 좁은 것 같긴 한데 테러 수비를 하던 아저씨들보다는 넓으므로. ㅎㅎ;
발도 빠르니 관중 한계수(...)가 늘어나고 타격 감각이 살아난다면 감독의 입맛에 잘 맞는 선수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칭찬을 받았다는 게 안타까운 앞날을 예고하긴 하지만요. -_-;;;

근데 머리를 길렀어도 모자를 벗으면 테러인 건 여전하구나...
어쩌면 머리를 박박 밀었을 때보다 더 아저씨스러워 충격적이라는 느낌도 있습니다. orz 이마 선이 안 예쁜 걸 참는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줄은 몰랐네요.;

사이드암을 셋을 연달아 내는 것도 재밌게 봤습니다. 선수 구성도 상황도 좀 다른데 예전 생각이 나더라고요. ㅎㅎ
저번 경기에 봤던 때보다 유동훈은 느낌이 더 좋군요. 뒤에 나온 영민이랑 비교해보니 좌타자를 상대하는 감각도 남다릅니다. 좌타자에게 몸쪽으로 휘어져 꽉 차게 들어가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센스라니. ㅎㅎ 비슷한 상황에서 영민이는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공을 던졌는데 말이지요. 영민이도 작년에 산전수전 다 겪으며 꽤 많이 늘었지만, 예측 가능성을 무시해버리는 센스는 아직 유동훈이 앞서는군요. 전준호, 이숭용이라는 알아주는 좌타자 두 명에게서 태연하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는 사이드암이라니, 조감독답지 않게 상성을 생각 안하고 낸 보람이 있겠습니다. (두 선수가 컨디션이 아직 덜 올라온 탓이 크겠지만...) 유동훈을 셋업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테스트를 해보는 거겠지요.

영민이와 정규가 나란히 올라오다보니 아무래도 비교가 되는게 기럭지. -_-;
오늘 두 선수 모두에게 투수 앞에서 바운드가 크게 튀는 땅볼이 나왔는데, 영민이는 펄쩍 뛰어 잡았는데 정규는 펄쩍 뛰었어도 닿지를 않아.... -_ㅠㅠㅠㅠㅠ (정규한테 오는 땅볼이 좀더 높게 튀긴 했지만;) 4년 후배가 선배를 기 죽이는(?) 하극상(?)입니다. -_ㅠ
진지하게 따져보자면;; 하드웨어가 중요하다는 게 이런 사소한 데에서도 잘 드러나는 거겠지요.

투구폼 변화준 게 잘 정착됐음 좋겠는데, 정규가 아직 들쭉날쭉해서 걱정이 됩니다.

장문석은 이번에도 어쨌든 석세스.
시범경기에서 너무 잘하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차라리 졌으면 했는데, 1 : 0 외줄타기 리드에 2사 만루 풀카운트 상황에도 진다는 걱정(?)이 전혀 들지를 않아서 안타까웠습니다. ㅠㅠㅠ

지완이는 또 멀티 히트. 1회 찬스에서 못해줬다는 사소한 문제점은 있지만 좋은 타격감은 계속해서 이어지는군요.
주형이는 손목이 나가는 상태에서 사구가 나와서 부상이 우려되는데, 별 일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스브스 중계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김용희 위원이 해설을 했던 것 같은데 참으로 강태정 위원 같다는 착각에 휩싸였더랬습니다. 좀더 전문용어도 많이 이야기하고 분명히 강위원과는 다른데, 목소리가 똑같고 해설의 핀트 맞추는 감각도 강위원과 비슷해요.;;; 올해도 스브스 중계는 많은 지탄을 받을 듯합니다. -_-;
2008/03/22 04:07 2008/03/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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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쟈 67번♬ 2008/03/24 12:24

    최용규 ㅋㅋㅋㅋㅋㅋㅋ
    이용규에게 좀 배워야한다고 ㅋㅋㅋ

    비교 되는 기럭지에서 눈물 좀 닦고;;
    진짜 영민이가 팔다리가 길어서 잡았지..정규였으면 ㅠ_ㅠ
    정규가 아직 불안하지만 좀 지나면 잘 될거야~이렇게 믿어;;;흑흑
    스브스 워~
    왜 우리 개막전 중계해!!! -_-;;; 에잇~

    • 채니 2008/03/25 02:11

      용규는 화면만 봐도 독기가 아주 뿜어져나오잖아. 용규도 열심히 하지만 용규한테 그걸 배울 필요가 있어. ㅎㅎ (이름 말장난 넘흐 재밌다 ㅎㅎ)

      기럭지... 너무 비교되지. 영민이는 키에 비해서 길고 정규는 평균치 수준이기까지 해.;; 키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_ㅠ 점프해도 안 닿는데 어흑.
      볼 난사한다고 욕 먹는거 같은데, 너무 충격 받지말고 마음 다잡았음 좋겠다. ㅠㅠㅠ
      이스픈 중계가 좋은데 말이지. -_ㅠ 에휴. 스브스 중계로 기대하던 개막전을 봐야한다니 좀 싫다.;;

    • 날쟈 67번♬ 2008/03/25 08:55

      용규랑 용규는 비슷한 사인이더라;;(말장난이거임?? ㅎㅎㅎ)

      근데 일욜 경기는 이스픈이던데...개막전도 해주지 ㅠ

    • 채니 2008/03/26 02:48

      그래 그 말장난. ㅋㅋㅋ
      이번에 새로 바뀐 홈페이지에서 영상 보니까 용규는 수염 길러서 완전히 폐인 몰골이고 용규는 정신이 하늘로 날아가있더군. 둘다 재밌는 캐릭터야. ㅎㅎ

      왜 토욜은 안 하고 일욜만 하는거래. -_ㅠ 그나마 일욜이라도 해주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거겠지만. ㅠㅠㅠ

  2. 철민현곤 2008/03/25 02:36

    막둥이 잘 던졌다는 소식은 여기저기서 들었는데 아직도 다시보기도 안하는 거 보니 정말 야구에 게을러진 것 같다.
    감독 인터뷰 보니까 변화구 실험한 게 감독 지시가 아니라 본인이 그렇게 한 것 같던데 기특하네. 결과물이 뭐가 될지 시즌 내내 기대하며 기다려봐야지.

    • 채니 2008/03/26 02:46

      저도 한참이나 게을러져서 이번 홈페이지 리뉴얼 보고도 리뷰 쓰기 귀찮아하며 노닥거리고 있습니다. 으흐흐흐. 그냥 머리 비우고 게으른 팬이나 될까 하고요.
      본인이 이것저것 나서서 시도하는 거 보고 감독님도 좋아하실 것 같네요. ^^ 변화구를 던지는데 적응하고 이제 다시 직구 구속 끌어올려야지요. 제가 칭찬;만 안한다면 막내는 잘 할 것 같아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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