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과거에 했던 말들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1. 최희섭
연일 좋지 않은 경기 내용에 키보드까지 상태가 이상해지면서 블로그엔 글을 쓸 기분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적어도 비난 행진에서 블로그라도 사수할 수 있었던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입니다.
최근 박동희 기자에게 제대로 낚였던 사람 중에 저도 있었거든요. ㅎㅎㅎ

스포츠 2.0을 가끔 보면서 그쪽 필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마움을 느낀건 좋은데 너무 믿었던 게 문제였나봐요.
제가 일본 야구 중계를 보는건 아니어도 하필 문제의 신랄한 비판이 나왔던 때에 TV를 보고 있었죠. 저희 집에서 저녁 시간대 거실 TV를 차지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늘 이승엽이니까 말이에요. 좋은 기사를 쓰는 사람이 방송에서까지 수위를 넘는 비판을 할 정도라 대책없이 믿게 될 수밖에 없었지요. (최희섭 외의 나머지 이야기들이 워낙 그럴듯 하기도 했고요)

사실 낚시질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한 말에서 틀린 건 없을지도 몰라요.
최희섭은 리그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정도가 틀렸다면 모를까. 계약 안한다는 얘기는 없었죠.
그러나 그의 단정적인 어투에서 최희섭은 오지 않을지도 몰라, 라고 느낀 사람은 저 하나만은 아니었겠지요. 존중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터무니 없는 계약금 제시라고 생각했을 사람도 저 하나만은 아니었겠지요. 그러니까 각 사이트들이 불타올랐을 것이고요.

하지만 최희섭은 지금 빨간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 있습니다.

그리고 벌써 무등구장에서 두번이나 봤습니다.
한번은 중계석에서 인터뷰를 하고 지정석 계단을 따라 내려오던 모습.
다른 한번은 은사에게 인사하러 왔던 모습.

참 생각들이 단순해지죠.
와서 한 건 맨날 프리배팅으로 담장 넘긴다는 이야기밖에 없는데다 실망했던 게 엊그제인데 일상생활에서 언뜻 언뜻 눈에 띄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게 말이에요.
미디어가 그를 주목하는 가운데 눈에 띄는 모습들도 즐거운 상상들을 몽글몽글 피워내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큰일이다. 스나이퍼의 모사진과 너무나 표정이 똑같아-_-;


2. 이종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흘러가고 있습니다.
나의 시간도, 종범성의 시간들도.
시시각각으로 연합뉴스가 갱신되듯 빠르게 변해가고 있지요.

잊는 건 아닌데 상황상황에 쉽게 지쳐요.

기술에 관해서 잘 알고 있는 야구팬은 아닌데 그런 막눈으로도 뭔가 아닌 모습이 보이면, 이젠 기다림이 길어지겠구나 싶은 생각보다는 너무 많은 믿음은 갖지 말아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도 들어요. 사실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을 할 거라고 꿈도 꿔보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빠르게 포기하게 되었던 건 정말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맞이했던 1년 전의 은퇴식 때문일지도.
눈에 보이는 레전드리의 실력은 내 기준의 3할 정도는 낮춰잡는 게 프로의 세계에서는 좋다는 것을 깨달았던 때였거든요. 미화를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 좀더 현실적이 되어서 나쁠 것도 없는 거고.

그렇더라도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선구안같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기준까지 이야기를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이번 현대전은 중계가 없었으니 과연 어떤 타격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만, 그간의 모습들을 되새겨 보면 약하던 공엔 그대로 약하고 강하던 공들에 강점이 약간 약해지는 식이라 근본적인 문제는 선구안이 아니라는 건 느껴요. 스윙은 작고 간결한 편이 아니니 정확한 타이밍에 대처되던 것이 정확한 타이밍이 아니게 되면서 선구안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을 했거든요. 이럴땐 으례 그렇듯, 마음이 조급해지며 더욱 사태가 악회되고요. 변명같기는 합니다만. ㅎㅎ;

아무튼 멀티 히트가 최근들어 나오기 시작했죠.
딱히 꼬집을 수는 없어도 시즌 초의 극악이던 때에 비하면 타격하는 모습도 나아진 모습이지요. 뭐라도 힘없는 야수 정면 땅볼이나 플라이로 무조건 잡히던 시절보다는 낫다고 말할 수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오늘은, 무등구장이었다면 넘어가지 않았을 거라고 해도 아무튼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11개월만에 때려내며 기대하지도 않았던 승리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종범성이 있기에 타이거즈 팬은 행복했고, 심지어 부진하던 작년에도 중요한 자리에서는 똑같았습니다.
최근 종범성이 혈압을 오르게 하는 것쯤은; 사실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므로 빗맞은 타구를 빌어서라도 마음의 빚을 계속해서 연장해나가고 싶은 건 팬들의 괜한 생각은 아닐거에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빚이라면 10년을 져도 좋아.

최근 부쩍 당겨신고 나오시는 양말이 몇 년은 가는 행운의 부적이길.
간사해도 좋아.

2007/05/17 17:46 2007/05/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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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nore 2007/05/18 12:49

    좋은 글이네요~^^

    • 독사 2007/05/18 15:06

      내놔라옹...
      구체적으로... 어느부분이 좋은가요??

    • 채니 2007/05/19 22:19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동안 야구가 재미없었는데 야구를 재밌게 해주는 분들의 분발이 있어서 좋아요. ^^

  2. Lenore 2007/05/18 16:29

    전체적으로요-_-

  3. 비밀방문자 2007/05/19 17:41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채니 2007/05/19 22:28

      제가 잭님 반만 닮았으면 참 좋겠는데. ㅎㅎ
      전 얼마전까지만 해도 종범성 보면 안타까움 반, 혈압오름 반 그랬거든요. 물론 극단적으로 종범성 은퇴시켜라 그런 적은 없지만 혈압올랐던 나날들 생각하면 부끄러워요. 아무래도 종범성 은퇴시기는 마흔다섯살이라는 둥 지나치게 설레발을 떨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되어서 그랬었나 봅니다. ㅎㅎㅎ

      지금은 그냥 무리한 목표치를 잡는 게 아니라 종범성의 하루하루를 즐기기로 했어요. 김광현한테 그리 잘 맞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안타를 만들어내시고 난 그 순간부터요. 이런 기분이 들기까지도 참 오래 걸렸네요.

      나이든 선수들 보면 참 그렇죠.
      진짜 그분들은 지치다 못해 실망스럽다고 느끼는 순간을 귀신같이 아세요. 종범성도 그랬고 오늘의 종국성도 그랬습니다. 안샘도 이젠 늙으신걸까 하며 안타까웠는데 최근엔 3할치고 계시고 말이에요.(그래도 안샘은 내일까지만 좀 쉬어주셨으면 하는데;;;) 이젠 매일같이 출장하셔서 한결같은 젊고 왕성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분들의 야구는 아직 계속되고 있으니까, 할 수 있는한 오래도록 그분들을 그라운드에서 보고 싶습니다. ^^

  4. 철민현곤 2007/05/21 00:34

    전 잘하는 선수도 좋지만, 일단 팬들에게 웃어주는 선수들은 더 열심히 좋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에서 신군의 눈빛은 무척이나 좌절이었요 ㅜ.ㅡ) 최희섭 온다, 만다 지리한 싸움이 될 무렵 일단 보고 들은 게 없으니 그 예전에 느꼈던 순박한 청년의 이미지로 믿고 있을거라고 얘기한 거 기억하시는지요. 요즘 보면 여전히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자는 메이저에서 잔뼈가 굵어 말하는 스킬이 있다고 하기도 하던데, 제가 보기엔 언변도 서투르고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그래도 의욕이 넘치는 모습은 좋아요. 팬들, 언론의 관심집중이 부담될 법도 한데 팬들이 달려들때나 몸풀때나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로 대해주는 것도 좋구요. (아, 수원에서 팔뚝이라도 한 번 만져봤어야 한건데...;;;)
    어제, 오늘 삼진을 당해도 타석에 꽉차는 모습 자체만으로 즐거웠어요. ^^
    더불어 웃는 선수 얘기를 하다보니... 어제 경기 시작전 선수들 몸푸는 걸 외야에서 지켜봤다죠. 그 때 웬 욕쟁이 할아버지 한분이 오셔서 왜 맨날 꼴찌냐, 잘 좀해라, 어쩌고 저쩌고 역정을 내시더라구요. 노장 선수들이야 신경도 안쓰고 제 훈련하고... 어린 선수들은 훈련하다 한번쯤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보고 말고... 그 때 스트레칭하던 홍세완 선수가 일어나서 뒤돌아보더니 웃으면서 얘기하더라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꼭 이길겁니다." 그 말과 맘이 어찌나 고마웠던지요. 홍대리는 어제 저에게만은 까임방지권 일년 연장이었어요.(그래놓고 오늘 홍뜬공이라고 놀렸던 거 미안요. -_-;;;)

    • 채니 2007/05/24 00:03

      신군이 잘못 들었을 겁니다. 기운 내세요. ^^; 왜 그 인간은 다 잘하다가 엄한 데에서 까칠한 거랍니까; 벌헉!
      그러게요. 한동안 이미지 버려놨었는데 왜 버려놨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실 다 최희섭과는 아무 상관없는 개인적인 원한;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요. -ㅅ-) 인터뷰 아직도 정말 못하고 말주변도 정말 없고. 그렇지만 팬은 정말 좋아하고. 한국말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러진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모습들 좀더 가까이에서 보고나니 오히려 좋아요. 완벽한 것보단 뭔가 하나 모자라고 서투른 사람에게 더 정이 가서 그런지 몰라도요.
      홍대리는, 까칠한 성격은 가끔 미울 때도 있지만 또 그런 부분에서 확실하게 표현해줘서 고맙네요. ^^ 요즘 안 맞아서 걱정 되는데 그냥 조정기려니 할 테니까 자학하지 말고 천천히 올라와줬음 고맙겠어요. -_ ㅠ

  5. 랑이 2007/05/21 09:10

    오 윗분 저도 동감,,, 잘하는 선수도 좋지만, 팬들에게 웃어주는 선수가 더 좋아요!
    홍세완 선수 역시 완소군요! 제겐 평생 까임방지권이 있다는...ㅋㅋ

    • 채니 2007/05/24 00:06

      프로스포츠는 기본이 즐겁자는 건데, 팬들 생각해주고 잘해주면 정말 고맙고 기쁘죠. 저도 그냥 잘하는 선수들보다는 인간미 있는 선수들이 정말 좋습니다. >_<
      홍대리는;;; 저도 아직 가끔 놀리는지라. 하하하;;;

  6. 180cmㅎㅅ 2007/05/22 09:21

    홍대리님 울컥..ㅠㅠ
    완소 선수들~ㅋ

    채니님 희섭씨 데뷔전 가시져?? ^^
    홈런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안고 갑니다 ㅋ

    • 채니 2007/05/24 00:07

      완소 선수들 너무나도 많지요! ㅎㅎ

      데뷔전은 갔는데 홈런은 커녕 안타도 못 보고 아프다니 미치겠습니다. 어흑. 드럼 세탁기 제가 안 타도 좋으니 누군가 타게라도 해줬으면 정말 좋겠어요.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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