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주빠이긴 해요. -_-;;; / vs 두산전 in 잠실 - 2006/05/05 02:39
경기를 끝까지 보기가 무지 힘들었습니다.
이걸 더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계속 고민을 했어요. =_=;;;
일찌기 인정을 했던 부분이긴 합니다만 경기 내내 괴로워하면서 개선의 여지가 없는 '파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흐흐흐.
이번 경기는 얼마전 썼던 글에서 거론한 한기주의 문제점이 모두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경기였습니다.
낮은 쪽 공을 안 잡아주기 시작하면 공이 뜬다. (=바보가 된다)
몸쪽 바깥쪽 가장자리에 걸치는 공을 안 잡아주니 던질 공이 없다. (=바보가 된다)
형님들이 실책까지 해주고 여지없이 흔들린다. (=바보가 된다)
이런건 차라리 쳐맞으면서 극복을 하는게 나은데 그런 성격은 아니란 말이지요. 한가운데로 칠테면 쳐봐라 하고 공을 꽂는 타입이 아니니 볼넷을 연신 내주고 오히려 안타를 맞는 것보다 더 안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고교 시절엔 알 수 없었지만, 진짜 내성적인 성격인 것 같아요. (고교 땐 쳐맞으면 오히려 타자를 야리지 않았니? 그새 성격이 변한거니?;;)
전일수 주심은 단단히 찍어주고 싶습니다.
오늘 스트라이크 존 정말 이상했어요. 제가 빠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기아, 두산 양쪽 투수 모두 공을 어떻게 던져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을 정도로 공 던질 때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지더군요. 얼핏 봐서는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안 잡아주는 난감한 시츄에이션도 꽤 있었어요. 포수가 빠져 앉아 있었다고 그게 한가운데가 아닌건 아닌데 말이죠.
아는 분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다는 표현을 해주셨습니다. 동감합니다. -_-
그런 상황에서 의연했던 쪽은 고교 졸업하고 얼마 되지도 않은 선수들이 아닌 그래도 나이가 있었던 투수들 쪽이었습니다. 솔직히 두산의 김명제보다는 기아의 이상화나 정원 쪽이 오락가락하는 판정에 좀더 초연했던 덕분에 승리를 한거죠. (박명환 선수는 또 뭐냐? 하신다면 그분은 섬세하시다니까. ^^;;;;) 구위로 봐서는 사실 별 차이 없었을 거예요.
이런거 생각해보면 그저께 김진우 선수나 어제 강철민 선수가 이닝을 많이 먹어준 게 얼마나 고맙습니까. 강철민 선수가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엄지손가락 들어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자기의 승 욕심이든 뭐든 어때요. 다음 날 선발이 조기강판된 상황에도 필승계투조를 올인할 수 있을 정도로 이닝을 먹어줬으니 얼마나 미덕이 있는 투수란 말입니까. 전 정말 경기를 보는 내내 강철민 선수가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종범성의 관중수 헤아리기 신공은 절정에 달하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못하신 건 설마 관중이 눈에 차지 않으셔서 그러신 거였습니까? ^^; wbc의 4만 관중에 익숙해져있던 그분께 그동안의 관중은 얼마나 힘빠질 정도로 적었습니까! 잠실을 슥 훑어보시고, 오늘은 관중이 15000명(관중 집계 참고;)이니 간만에 몸을 좀 풀어도 되겠군! 하고 판단하신 모양입니다.
농담이고, 한번 스타는 영원한 스타입니다. 해줘야 할 때를 너무 잘 알죠. 상당히 오랜 기간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하더라도 언젠간 꼭 살아납니다. 이분이 건재하고 하지 않고는 정말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부활의 신호탄일 안타도 안타였지만 8회초, 김종국 선수의 2루타 이후 타점에 대해 욕심이 났을텐데도 착실히 벤치 지시에 따라 번트를 대고 돌아나오는 종범성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팬들의 우뢰와 같은 환호도 필요한 걸 할 줄 아는 최고의 선수에 대한 당연한 예우였지요.
이용규 선수는 완소 정도로는 표현이 안 되는 선수네요.
예전에 기아가 용규 없이 어떻게 야구를 해왔던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습니다. -_-
이전에도 좋았지만 제일 멋있었던 것은 역시 8회초의 안타였습니다. 종범성이 번트를 대서 만들어진 1사 3루 찬스. 희생플라이만 쳐도 되는 상황이지만 팬들은 희생타를 외치면서도 내심 안타를 바라지요. 희생타보다는 적시타가 멋있잖아요.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멋지게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쳐내더군요. 그때의 타점은 마무리가 그다지 든든하지 못한 기아 상황에선 정말 천금같은 안타였습니다. 종범성과 방을 같이 쓰면서 스타급센스까지 같이 배우는 모양입니다. ^-^
장문석 선수는 정말 선발 체질이지요.
사실 오늘도 한 점 정도 실점하는 구태의연한 마무리가 될 것 같아서 겨우 한 점차의 리드가 불안했습니다. (다시 한번 용규 쌩큐!!) 역시 두 점 차이가 나야 제대로 세이브가 되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선발인 게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현재 기아에서 불 안 지르고 경기를 이긴 상태로 끝낼 수 있는 선수는 장문석 선수밖에 없죠. 그건 시즌 전에 전병두 마무리를 주장했던(^^;;) 저도 잘 압니다.
안샘과의 악연을 떠올리며 불안불안했는데 다행히도 주자 있는 상황에서 안경현 선수와 만나지 않았습니다. 운이 좋았죠. 심지어 주자 없을 때 맞았던 안샘 타구도 잘 맞는 좌플이었는데. 오늘도 그럭저럭 세이브를 올려주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구태의연한 실점이 있긴 하지만 덕분에 작년보다는 훨씬 편한 여건에서 경기를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네요.
그 외에 장성호 선수가 2안타를 치며 조금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기아 4번은 여전히 블랙홀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앞으로는 김칫국 마시듯 남행열차 부르지 맙시다. 3회쯤에 4점 리드 상황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제 기억으로는 남행열차가 빨리 나온 경기 치고 쉽게 이긴 경기는 없었어요. 5회 이전엔 남행열차 부르지 말기 운동 같은거 벌이면 안되겠습니까?;;;
** 아차차, 이상화 선수의 프로데뷔 첫 승 축하합니다. ^^ 2006년은 이상화 선수의 해가 되길 빌게요.
